故최숙현 선수, 사망 전날 인권위 진정했다

  • 등록 2020-07-03 오후 2:56:06

    수정 2020-07-03 오후 3:40:47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소속팀 감독과 선배 등의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선수 측이 사망 전날 국가인권위원회에 사건을 진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고(故) 최숙현(23)선수가 지난 2013년 전국 해양스포츠제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왼쪽), 최 선수가 모친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
3일 인권위에 따르면 최 선수 가족의 법률대리인은 지난달 25일 가혹행위 등과 관련한 진정을 인권위에 냈다. 이튿날 새벽 최 선수는 숙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인권위는 최 선수 가족이 지난 2월에도 진정을 냈다가, 형사절차를 밟기 위해 취하했다고 전했다. 인권위 관련법 이외 특별법 등 다른 법으로 구제 조치가 이뤄지는 경우 각하하게 되어 있다.

앞서 2017년과 2019년 경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한 최 선수는 감독과 팀닥터, 선배 등으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최 선수에게 강제로 음식을 먹이거나 굶기는 행위, 구타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팀 닥터는 금품을 요구한 의혹도 받고 있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 선수와 경북체고를 함께 다닌 A씨는 최 선수가 20살때 폭행을 경찰에 신고했던 사실을 폭로했다.

A씨는 “매번 운동을 마치고 들어오면 울며 엄청나게 힘들어했다. 주로 체중이 늘었다는 이유로 때렸는데 단순히 숙현이를 미워해서 괴롭히는 거로 보였다”고 증언했다.

A씨에 따르면 최 선수는 울며 전화를 해 죽고싶다는 말을 종종 했고 고3 때는 수면제를 먹어야 겨우 잠들 정도로 고통이 극심해 우울증약까지 먹었다.

이런 가운데 최 선수가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감독은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5개월 전 최 선수 아버지에게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최 선수가 소송을 시작하자 태도를 바꿨다. 감독은 “나는 때리지 않았다. 오히려 팀닥터의 폭행을 말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 선수의 유족이 공개한 녹취에는 감독이 고인을 폭행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팀 닥터가 폭행을 할 때 감독은 방조하고 있었다.

팀 닥터의 폭행이 벌어지는 동안 오히려 감독은 “닥터 선생님께서 알아서 때리는 데 아프냐, 죽을래, 푸닥거리할래”등 고인을 더 압박했다. 또 감독이 최 선수의 체중이 늘었다고 “3일 동안 굶어라”고 다그치는 목소리가 녹취 파일에 담겼다.

최 선수의 후배인 임주미(21)씨는 자신의 SNS에 “김 감독님, 아주 최악이네요. 지금 그 경주시청 감독이 선수들한테 자기랑 한 카톡 내용 다 지우고 숙현이가 원래 정신적으로 이상했었다고 말하라고, 그런 식으로 탄원서 쓰려고 하고 있다고 한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문화체육부는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대구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양선순)도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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