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대중 수출 통제로 중국 반도체 업체 소속 미국 국적 임원들이 처지가 불확실해졌다고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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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에 따르면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의 공시와 공식 홈페이지를 자체 분석한 결과 상장된 16개의 중국 반도체 회사 소속 최소 43명의 최고경영자(CEO), 부사장, 회장 등 고위급 임원이 미국 국적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대부분 미국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나 반도체 장비업체에서 수년간 일한 뒤 중국 반도체 업체로 이직한 사례다.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인 중에이반도체(AMEC)를 설립한 제럴드 인이 대표적인 중국의 미국 국적 경영자다. 중국 출생인 인 창립자는 인텔과 AMAT(어플라이드 머터리얼즈) 등 미국 주요 반도체 업체에서 20년 동안 경력을 쌓은 후 2004년 AMEC을 설립했다. 인 창립자 외에도 AMEC에는 미국 국적의 고위급 임원과 핵심 연구원 6명이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기가디바이스의 슈 칭밍 부회장과 청 타이이 이사 또한 미국 여권 소지자이며, 선양신위안(킹세미)의 천 싱롱 전무도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비즈니스 컨설팅 업체인 콘트롤리스크스의 데인 카모로 글로벌 리스크 및 인텔리전스 담당자는 “중국 기업이 미국인 인재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은 기술망을 강화하려는 중국의 시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면서 “해당 수출 통제는 중국 기업의 많은 미국인 임원들에게 직장과 미국 국적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미국 상부부가 발표한 최첨 반도체 장비 대중 수출 통제의 핵심은 미국 기업이 중국 반도체 생산업체에게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 판매할 때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 등을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경우 당국의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생산 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라면 ‘거부 추정 원칙’(presumption of denial)을 적용해 수출을 사실상 전면 통제하고, 미국 업체뿐 아니라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중국 반도체 업체를 지원하는 것도 제한한다.
이에 중국 대표 반도체 장비업체 베이팡화창(NAURA)은 자국에서 근무하는 미국 국적 직원들에게 연구·개발(R&D) 프로젝트 참여를 중단할 것을 통보했으며,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는 미국 국적 직원들에게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국 고객사에 직·간접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내부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