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최고 국가신용등급, 민간기업 나비효과엔 `물음표`

정부지원 가능성 반영하는 공기업은 일제히 상향
무디스 "민간기업 중 상향검토대상은 아직 없어"
철강 등 일부업종은 오히려 하향압력 버티는게 관건
  • 등록 2015-12-29 오후 1:34:13

    수정 2015-12-29 오후 1:39:17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데 이어 산업은행·한국전력 등 공기업 신용등급도 일제히 상향 조정됐지만 민간 기업에도 ‘나비효과’를 일으킬 지는 미지수다.

국채상환능력과 의지를 평가하는 국가신용도 상향은 큰 틀에서 해당 국가 기업들에게도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방향인 것은 맞지만 개별 회사마다 채무상환능력은 별개 지표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업별 전망과 정부 주도 기업 구조조정 방향에 따라 당분간 기업 신용도가 양극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한국 국가신용등급을 Aa3(AA-)에서 Aa2(AA)로 올리면서 기존에 국가신용도와 같은 프리미엄을 받아온 국책은행과 공기업 21곳의 신용등급도 동반 상향 조정했다.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6개 금융공기업, 가스공사· 석유공사 등 8개 인프라 관련 공기업, 한국전력과 6개 발전자회사가 대상이다. 이들은 기존 국가신용등급인 Aa3인 동시에 ‘긍정적’ 등급전망을 받고 있던 곳이었다.



등급변동 가능성을 의미하는 등급전망(아웃룩) 기호는 ‘부정적’(Negative: 하향 가능성)→‘안정적’(Stable: 유지 가능성)→‘긍정적’(Positive: 상향 가능성) 순으로 표기된다. 앞서 무디스는 올 4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높이면서 등급 상향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통상 정부가 직·간접 지분을 보유하면서 국가정책 수행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공기업은 개별 재무지표와 별개로 유사시 정부 자금지원 가능성이 반영되기 때문에 국가 신용도와 함께 움직인다. 무디스가 최근 한국석유공사의 독자등급(정부지원 가능성을 배제한 등급)를 ‘ba2’에서 ‘ba3’로 한 단계 낮추면서도 공식등급은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디스는 “한국정부가 공기업의 위기 발생을 용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간기업으로 눈을 돌려보면 시중은행 일부를 제외한 순수 제조업체 가운데 당장 신용도에 변화가 올 여지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 관계자는 “기업등급이 올라갈 여지가 있었음에도 낮은 정부등급 탓에 더 오르지 못한 곳이 있다면 상향 검토대상에 포함되지만 현재 국내 민간기업 중에는 그런 경우가 없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민간기업중 가장 높은 신용도를 보유한 삼성전자(005930)는 현재 A1(A+) 등급인데 등급전망은 상향보다 유지 가능성이 높은 ‘안정적’으로 부여받고 있다. 민간제조업체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SK텔레콤(017670)LG화학(051910)도 A3(A-)이지만 역시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다. Baa1(BBB+)인 현대차, Baa2(BBB)인 포스코와 롯데쇼핑·이마트도 마찬가지다. 특히 무디스는 최근 발표자료에서 철강·유통 등은 내년에도 산업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오히려 등급상향 기대감보다는 하향압력을 버텨내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그나마 국제신평사 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모두 국내(로컬)등급 기준으로는 AA급 이상 우량기업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신용등급 하락 추세 속에서 상당수 국내기업들이 등급 하락압력에 노출돼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전보다 더 많은 이자를 내며 자금을 조달해야하고, 만기가 다가오는 자금은 정상적으로 차환하기 어려워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신환종 NH투자증권 팀장은 “정부등급 상향조정에도 민간기업의 신용등급은 오히려 하향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정부지원 가능성이 낮아진 민간부분의 기업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라며 “향후 강력한 구조개혁과 구조조정으로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신용등급 상향 추세를 유지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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