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전설리기자] 영화 `실미도`가 드디어 관객 1000만명의 고지를 밟았습니다. `태극기 휘날리며`도 최단기간 관객 500만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합니다. 바야흐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 같습니다. 산업부 전설리 기자는 이런 축제 분위기를 쳐다만 보지말고 문화산업 인프라 구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영화 `실미도`가 관객 10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두달이 채 안되는 58일동안 국민 1000만명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모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것이죠. `태극기 휘날리며`도 스크린을 장악하며 `실미도`의 흥행 기록을 곧바로 깰 기세입니다. 때마침 해외에서는 김기덕 감독은 제5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반가울 일 없는 국내 정치, 경제와는 달리 영화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영화 정말 볼만하죠? 우리 한국영화의 실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점유율은 동원관객수 기준 53%라는 점유율입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국 영화 점유율이 할리우드 영화를 제치고 50%를 넘어선 곳은 한국이 유일합니다. 미국을 이기고 있단 말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가 이렇게 볼만해지고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멀티플렉스 도입을 통한 극장 유통망 강화, 고급 인력 및 자본의 유입이 한국 영화의 관객 1000만명 시대를 이끈 일등공신으로 꼽힙니다.
어두침침했던 극장들이 깔끔한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 시내 요지 곳곳을 점유하고 있으며 영화계에는 전문 경영인들이 대거 유입돼 영화 산업을 도박성 투자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영화업체들을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CJ엔터테인(049370)먼트와
플레너스(037150)에 이어 최근 강제규필름과 명필름, 싸이더스가 각각 주식스왑과 피인수를 통해 주식시장에 들어왔습니다.
김영삼 전대통령이 헐리우드 영화 `쥐라기 공원`의 경제 효과를 들먹이면서 문화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코방귀를 뀌었습니다. 우리 영화는 국내에서조차도 외국 영화에 맥을 못추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불과 10년만에 우리 영화는 몰라보게 달라졌고 영화 산업도 급성장세를 탔습니다. 한마디로 이제 기대를 걸어봐도 좋다는 말입니다.
관객 1000만명을 넘은 `실미도`의 경제유발효과는 무려 3000억~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극장 매출액은 700억원 정도이지만 비디오와 DVD 판매액, 케이블ㆍ지상파 TV 판권, 해외 수출액 등 직접적 경제유발효과와 관광수입액, 촬영지인 인천의 직·간접 브랜드 효과, 관련 상품 판매액, 출연 배우들의 광고 출연 등 간접적 경제유발효과를 모두 고려하면 3000억~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영화 한편이 웬만한 중견 기업의 1년 매출과 맞먹는 것이죠.
그런데 이게 많은 걸까요. 조금 더 욕심을 갖고 다시 한번 생각해보죠. 1000만명이면 우리 국민, 특히 영화를 볼수 있는 연령대 국민의 3분의 1 가량이 본 셈입니다. 이정도면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을 겁니다. 소위 `실미도` 신드롬이 엄청났을 거란 말씀입니다. 영화로 인한 문화적, 또는 역사적 충격이 없는 건 아니지만 3년전 `친구` 신드롬을 상기해보면 열기가 뜨겁지 않다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영화 `친구`는 `됐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라는 대사가 유명세를 탔고 배우들이 한껏 격상된 대우를 받았습니다. 영화 촬영지를 보러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부산은 영화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하기도 했습니다. 부산영화제는 국제 영화인의 축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친구` 신드롬은 유행어나 문화적 충격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문화 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됐던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많은 관객들이 찾은 `실미도` 영화는 왜 이만한 신드롬을 일으키지 못하는가 하는게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설경구가 장동건 보다 못생겼다`든지, 영화가 점잖은 연령층인 40대이상의 반응이 컸다는 등 여러가지 설명이 있겠지만 속 시원하진 않습니다.
원인이 뭔지는 차치하고 문화산업측면에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힘이 약했다는 것은 아쉬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관련산업효과가 3000억~4000억원이라고 추정하지만 따져보면 거의 대부분이 직접 매출에 기인합니다. 극장 매출, 비디오, DVD판매액, 케이블 TV, 지상파TV 판권, 해외수출 말입니다. 이를 응용한 다양한 상품들의 개발, 관광자원화한 관광상품, 다양한 캐릭터의 개발과 상품화, 영화촬영지를 활용한 공간활용 등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겁니다.
그런 것들이 성공할까 하는 성공여부를 판단하기보다 1000만명이라는 잠재적 고객을 적극적인 마케팅 대상으로 활용한다는 `당위`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작업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민간의 몫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감동을 `먹은` 1000만명을 위한 영화·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몫입니다.
영화산업이 좁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스크린에서 활개치는 것은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지금도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드라마가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라그나로크`나 `리니지`, `뮤`와 같은 온라인 게임들도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미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한국 영화의 본격적 수출의 포문을 열고 있습니다. `실미도`는 한국 영화 사상 최고 액수인 최소 개런티 300만달러(36억원)에 일본에 수출될 예정이며 `태극기 휘날리며`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일본 최대 배급사인 UIP재팬과 170억원의 개런티에 배급 계약을 맺었다고 합니다. 또 `태극기 휘날리며`는 최근 미국 현지에서 미라맥스, 소니클라식, 유니버셜픽쳐스, 콜롬비아트라이스타, 폭스를 대상으로 판매를 위한 관계자 시사회를 열며 헐리우드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잠재력이 상당하다는 게 속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특히 `굴뚝없는` 산업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이 왕성한 젊은이들이 마음껏 활약할 수 있도록 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게 합니다.
한국영화의 만개를 바라만 보고 있을게 아니라 영화, 게임과 같은 문화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문화 인프라 투자에 본격 나설 것을 제안합니다. 젊은 산업, 무형의 산업, 고부가가치 산업이니 만큼 청년실업을 줄이는 고용창출효과도 상당할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