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철회한 ‘비동의 강간죄’…與 토론회서도 우려 목소리

국회서 '비동의 강간죄 신설 적절한가' 토론회
현행법은 폭행·협박 있어야만 강간죄로 인정
“현실 반영 못해”vs“억울한 피해자 양산"
  • 등록 2024-05-03 오후 3:48:46

    수정 2024-05-21 오전 11:28:40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4·10 총선 10대 공약에 비동의 강간죄 신설을 포함했다가 철회했는데, 여권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이어진 것이다. 비동의 강간죄 신설은 22대 국회가 개원한 뒤에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실은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동의 강간죄 신설 적절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를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로 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저항하기 어려울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만 강간죄로 인정돼 성폭력 범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여성단체와 일부 정치권은 강간의 기준을 ‘동의 여부’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반면 성관계 동의가 내심(內心), 즉 속마음의 문제여서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나는 동의한 바 없다’는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강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법 개정은 번번이 좌절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억울한 성범죄 피해자를 양산할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소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윌)는 “피고인이 ‘성관계에 동의한다는 서류’를 가져온다고 해도, 피해자라 주장하는 자가 그 서류에 동의하였을 당시 불가항력적이었다거나 두려워서 ‘비진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검사는 피해자의 의사만 증거자료로 제출하면 되지만 피고인은 무죄 입증을 위해 불가능한 스무고개를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현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 대표는 “현재 기존의 법으로도 성범죄는 유죄 판결이 90% 이상이다. 만약 차기 국회인 22대 국회에서 비동의 강간죄가 신설된다면 실질적인 문제점이 심각하다”며 “두 사람 사이의 성행위에서 명백한 동의 확인, 동의가 필요한 때가 언제였는지 입증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동의 강간죄가 입법화 된다면 무고한 성범죄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라비 전 대안연대 공동대표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야말로 반여성주의”라며 “여성을 철저하게 수동적으로 바라보고 오히려 가부장적 세계관에 가두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토론회 축사를 맡은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동의’라는 건 굉장히 범위가 넓기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동의 여부로 판가름내자 이런 의사결정은 국회에서 굉장히 신중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며 “현행 폭행·협박은 아니더라도 명시적 거절을 했던 적이 있는지 없는지를 (고려)해보고 그다음에 동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적합하지 않겠냐는 게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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