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IT업체 애플이 대만 부품 납품업체들에게 중국으로 선적되는 화물에 대해 대만산 부품을 ‘중국산’으로 표기하도록 요청했다고 일본 니케이아시아가 8일 보도했다.
| 애플 로고(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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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이아시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5일 애플 측이 대만 협력업체들에게 중국으로 향하는 이들 제품이나 부품의 원산지를 중국 규정대로 ‘대만, 중국’ 혹은 ‘중화 타이페이’로 표시했는지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애플은 대만에서 아이폰용 부품을 중국으로 보내 중국에서 조립하고 있다. 올가을 신제품 아이폰14 출시를 앞두고 중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부품 공급 차질 등이 초래될 것을 우려해 이같은 조치를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수입신고서나 서류·상자 등에 ‘대만산’이란 문구가 붙으면 중국 세관에서 화물 운송을 멈추거나 검사할 수 있다”며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최대 4000위안(약 77만 원)의 벌금을 물거나 최악의 경우 선적 자체가 거부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니케이아시아는 ”대만은 대만에서 중국으로 보내는 수출품의 원산지를 대만 또는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으로 표기할 것으로 요구한다“면서 ”이는 대만 협력업체들에게 딜레마를 안겨준다“고 설명했다.
애플의 이번 요청은 대만 페가트론의 최고경영자(CEO)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주최한 오찬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난 다음 날 중국이 페가트론의 중국 쑤저우 공장으로 출하되는 선적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한 뒤 나왔다. 대만 반도체 업체인 TSMC와 더불어 애플의 주요 협력업체인 페가트론은 컴퓨터 부품, 통신기기 등을 생산하며,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에 아이폰 조립 공장을 두고 있다.
지난 6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해당 규정은 2015년 처음 발표됐으나 그동안 엄격하게 시행되지 않았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양안 관계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통은 ”원산지를 대만 또는 중화민국으로 표기한 제품은 중국 본토 시장에 진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강행한 지난 3일 이후 대만에 대한 경제 보복에 나섰다. 중국 당국은 지난주 대만 감귤류, 냉동 생선 등에 대한 수입을 잠정 중단하는가 하면, 100여개 이상 대만 식품 브랜드에 대한 수입도 돌연 금지했다. 대만에 대한 천연모래 수출도 중단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