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12·12사태 직후 美에 "김대중 복권 지지"

12·12사태 이후 홀부르크 차관보와의 전화내용 공개
계엄령 가능한 빨리 해제돼야…개헌에 대한 뜻도 밝혀
  • 등록 2021-07-06 오후 2:01:54

    수정 2021-07-06 오후 2:28:32

1999년 7월 29일 윌리엄 코헨 국방부 장관 방한 당시 김종필 총리의 모습. (사진=DoD photo by Helene C. Stikkel)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12·12 군사반란 직후 김종필 당시 공화당 총재가 미국측에 자신은 김대중의 복권을 지지한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6일 미국 정부로부터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미국 측 문서 사본 21건을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21건 문서 가운데에는 1980년 1월 17일 김종필과 리차드 홀부르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 차관보와 통화한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 자리에서 김종필은 홀부르크 차관보에게 비록 정부 내에는 최규하 대통령을 비롯해 김대중의 복권에 대한 강한 반대 기류가 있지만, 자신은 그의 복권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현재의 계엄령이 가능한 빨리 해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최규하 대통령과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날 통화에서 김종필은 최근 북한이 남한의 주요인사 12명에게 서신을 보낸 사실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회신을 필요하지만 신중해야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편지를 보낸 12명에는 김종필 자신을 포함해 신현확 국무총리, 정일권 당시 전 총리 등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종필은 북에서 온 편지, 사회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경제적 문제, 그리고 청년들이 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향은 북한이 상황을 냉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개헌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1981년 봄 선거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12·12사태에도 박정희 시대가 막을 내리고 개헌을 통해 ‘서울의 봄’을 준비하자는 구상을 미 측에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1월 1일 김 총재는 개헌을 서둘러 1981년 초에는 정권 인수인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신년사를 발표한 바 있다.

홀부르크 차관보는 한국에 대한 미국 헌신을 강조하고 김종필의 정치적 계획과 계엄령 해제, 김대중 복권 등에 대한 지지에 대한 의견이 고무적이라며 사이러스 반스 장관에게 보고하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다만 김종필은 얼마 안 있어 그 해 9월 신군부의 압력으로 정계를 은퇴한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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