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현금 쌓아둔 美기업, 사상 최대 자사주 매입 쏜다

올해 자사주 570조원어치 사들인다…22년만 최대규모
풍부한 현금·규제완화·경제회복 기대 커진 영향
  • 등록 2021-05-17 오후 1:43:51

    수정 2021-05-17 오후 9:39:08

미국 기업들이 역대급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에 나서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현금을 쌓아둔 미국 기업들이 올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규제 완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역대급 자사주 매입의 주가 하락을 방어할지 주목된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기업들이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배당금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지출을 최소화했지만 정반대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미국 기업들은 총 5040억달러(약 57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 이는 같은 기간 기준으로 22년만에 가장 많은 금액이다. 미국 기업들은 배당금도 늘리고 있다. S&P다우존스에 따르면 미 기업들은 1분기 배당액을 연간 환산 규모로 203억달러 늘렸다. 2012년 이후 분기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띄우기에 나선 까닭은 현금이 넘쳐서다. S&P500 기업의 현금 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조8900억달러를 넘는다. 1년 전인 2019년 말보다 25% 가까이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규제를 완화한 영향도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재 시중 은행들에 대한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 제한 조치를 올해 안으로 해제한다고 밝힌 후 은행권이 자사주 매입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JP모건의 경우 1분기 43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경제가 회복할 것이란 기대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로리 칼바시나 RBC캐피털마켓 미국주식 수석전략가는 “코로나19 먹구름이 걷히면서 낙관론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며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확대) 전략을 다시 택하는 것은 시기상 자연스럽다”고 분석했다.

한편 기업의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 움직임은 10년 넘게 이어진 상승장을 견인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S&P 다우존스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 말까지 S&P500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으로 증시에 쏟아부은 돈이 5조3000억달러에 달하는데, 이 때문에 11년 연속 장기 강세장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경기 과열에 대한 우려로 뉴욕증시가 주춤하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전략은 시장을 다시 상승시킬 신호로 보인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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