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이사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에 김정태 현 회장을 단독 추천했다. 회추위는 전날 김정태 회장과 최범수 전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대표,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과의 심층면접 후 표결로 최종후보를 선정했다. 김 회장은 이사회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앞으로 3년 더 하나금융그룹을 이끌게 된다.
그간 김 회장은 지배구조 문제를 놓고 금융감독 당국과 날선 대립각을 세워왔다. 특히 지난달 20일 금융위원회는 하나금투의 하나UBS자산운용 인수와 관련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하며 압박을 가했다. 금융당국은 김 회장이 검찰수사를 받고 있어 금융지배구조법 시행령에 따라 일단 심사를 중단했으며 관련 문제가 해결되면 심사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005년 대한투자신탁을 인수하고 지분 51%를 스위스계 글로벌 금융그룹 UBS에 넘겨 2007년 하나UBS자산운용을 설립했다. 당초 10년간의 제휴관계가 지난해 7월 만료되면서 하나금투는 기존 주주간 계약에 따라 UBS가 보유한 하나UBS자산운용 지분 51%를 추가 취득해 100% 자회사로 만들 계획이었다. 하나금투는 하나UBS자산운용의 경영권을 확보한 후 지난 1일부로 사명을 하나자산운용으로 바꾸고 새로 출범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지난달에는 하나UBS자산운용과 글로벌 시장에 상장된 4차산업 관련 기업, 중국 1등주에 투자하는 콜라보 펀드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하나금융투자의 하나UBS자산운용 인수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 회장이 지배구조 문제를 두고 금융당국과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하지만 지금같은 스탠스를 유지할 경우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수 있어서다. 더구나 금융지주사들을 대상으로 전날부터 지배구조 감사에 들어간 금융감독원이 회장 후보 선출 일정으로 연기했던 하나금융지주에도 회장 선임 절차가 끝나면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과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 수사만 끝나길 마냥 기다리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