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정태선기자] 내수부진과 대외악재로 흔들리는 국내증시는 어느때보다 썰렁합니다. 예상보다 내수부진이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속에 하반기엔 회복기운을 차릴지 예단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특히 주식시장은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개인이 뛰어들기엔 만만치 않은 시장이라고 탄식하는 소리가 주변에서도 들려옵니다. 과연 왜 그럴까요. 증권부 정태선 기자 얘기를 들어보시죠.
증권부로 옮긴 뒤로는 무슨 종목을 사야하느냐는 주변 친구들의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삼십줄에 접어든 친구들은 이제 직장에서 안정을 찾았거나 결혼을 해서 재테크에 한창 열을 올리는 시기에 접어들었죠. 언제부턴가 달아오르고 있는 `부자 열풍`도 한몫하고 있구요.
최근 유행하는 카페테리아를 기업형으로 서울 곳곳에 운영하고있는 A선배. 느닷없이 주식투자를 해야겠다며 어떤 종목을 사야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은행저축은 금리가 낮아 매력이 없고 아직 솔로니까 돈이라도 든든하게 불려야겠다는 것입니다.
처음엔 `주식은 장난이 아니예요`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래도 막무가내로 주식투자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불태우며 관심을 갖더군요. 여기저기서 들은 얘기와 상상력까지 보태서 두 눈은 벌써 `대박`의 꿈에 부풀어서 의기양양해 있었습니다. 장사를 하는 데는 프로지만, 주식시장에 대해선 지식이 전무한 선배인 것을 알기에 말렸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장기투자를 하는 건전한 투자자가 될테니 제발 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1000만원 정도 주식투자를 해서 한달에 한번만 매매를 하는거야. 8%정도 수익을 남기면 일년이면 2000만원이 되잖아. 이런식으로 10년만하면 100억원이지. 100억원까지 바라지도 않지만, 어쨌든 매달 수익은 적금으로 돌리던지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지" `닭이 달걀을 낳고 달걀을 팔아서 소를 사고...` 이런 식의 장밋빛 꿈에 부풀어 있더군요.
일단 폼을 잡고 "주식이란 생명체와 같아서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거시경제 미시경제의 흐름을 조금 이해해야 하는데. 지금은 유가 미국금리 중국경제성장률 이런 것도 잘 봐야돼. 그리고..." 말을 잇기전에 A선배 "그냥 종목하나 찍어주면 안될까?" 5분 정도의 인내심도 발휘하지 못하더군요. "그럼 초보니까 직접매매를 하지말고, 증권사 영업점 사람들에 도움을 받아서 판단하는 것이 낫겠네. 기사는 써도 종목 찍기는 전문가가 아니거든"
일주일뒤 다시 주식얘기를 꺼내는 선배에게 친구들이 물어보면 늘 하는 대답,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S전자 같은 우량주 사놓고 마냥 기다려. 떨어지면 가지고 있고 올랐을 때 팔면되지." "그렇지. 올랐을 때 팔고 떨어졌을 때 안팔면 되지. 왜 사람들이 그런걸 못할까..."
그 뒤로도 선배의 관심은 계속됐습니다. S전자는 비싸다면서 무슨 업체인지 잘 떠오르지 않는 1000원 미만짜리 종목을 대면서 어떠냐고 묻기도하고, 증권사 계좌를 2~3군데 개설하고 영업점에 전화를 걸어 여러가지 종목을 추천받기도 했습니다.
맘에 정해둔 종목이 `4000원까지 떨어지면 사야지`하고 혼자 종목을 정해놓고 가슴 졸이기도 하고, 사야지하는 가격대 바로 직전에 다시 올랐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그 선배의 속앓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아직까지 진짜 거래는 시작하지 않았으니까요.
제법 똑똑하다거나 경제동향에 민감한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주식투자에 관해서는 A선배의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종종 목격합니다. 초저가민감주에 자꾸 눈돌리기, 하루살이 뉴스에 귀쫑긋 세우기, 고수익은 기본이라는 식이죠.
"주식에 아예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돈버는 길"이라는 얘기들을 흔히 합니다. 맞습니다. 리스크를 감내할 자신이 없거나 공부하지 않는 투자자는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지면 안되죠. 시장은 냉정하니까요. 국내 주식시장은 어설프게 투자를 감행했다가 손해를 본 투자자들로 인해 본질보다 더 왜곡돼서 악명을 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정보력이나 자금 측면에서 외국인이나 기관에게 밀리는 구조적인 모순을 가졌다고 불평을 하지만 주식시장은 언제나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금같은 초저금리시대에는 더욱 그렇죠. 금융지식을 쌓고 인내할 줄 아는 장기투자자에게 주식은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죠.
결국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에 비해 우리의 금융상식은 얼마나 되는지, 심리전이 치열한 주식시장에 견뎌낼 만큼 인내심은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 주식투자의 출발점이 돼야할 겁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죠. 무더운 여름 여유를 가지고 금융지식 넓히는 공부나 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