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오래 몸속에 넣어 이상반응 없이 뇌질환을 연구하는데 쓸 수 있는 장치를 선보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박성준 바이오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하이드로젤 기반의 유연한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하이드로젤은 주로 필러, 보톡스, 화장품에 쓰이는 반고체 상태의 물질이다. 인공적인 인체 조직을 만드는 원료로 적합해 의학적으로도 널리 쓰인다.
| 박성준 KAIST 교수.(사진=KAI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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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구조를 연구하거나 뇌 신경 질환 구조를 치료하려면 실시간으로 뇌를 자극하고 신호를 측정하는 인터페이스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 신경 인터페이스는 기계적, 화학적 특성이 뇌 조직과 달라서 일어나는 이물 반응 때문에 주변에 절연세포층이 형성돼 오래 쓰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직접 만든 다기능성 파이버 다발을 하이드로젤 몸체에 넣는 방법을 이용해 ‘뇌 모사형 신경 인터페이스’를 만들었다. 이 장치는 빛으로 특정 신경세포종만을 자극할 광유전학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광섬유뿐만 아니라, 뇌에서 신호를 읽을 수 있는 전극 다발, 약물을 뇌 속으로 전달할 수 있는 미세 유체 채널을 모두 보유했다.
해당 인터페이스는 하이드로젤 몸체를 건조시킨 상태에서 단단한 성질이 고분자와 유사해 몸속에 넣기 쉽다. 몸에 들어가면 몸속 수분을 빠르게 흡수해 부드럽고 수분이 풍부한 주변 조직과 유사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 이물 반응도 줄일 수 있다.
연구팀이 이 장치를 실험쥐에 적용한 결과, 삽입 후 6개월까지도 뇌 신호를 측정할 수 있었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쥐를 대상으로 광유전학 실험, 행동실험도 가능했다. 이물 반응에 의한 아교세포나 면역세포 발현도 기존 장치보다 줄었다.
박성준 교수는 “하이드로젤을 다기능 신경 인터페이스의 구성물질로 사용해 수명을 늘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오랜 관찰이 필요한 뇌 신경 질환 연구가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8일자로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