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익 “공군 여중사 국선변호사, 첫 조사 직전 피해자에 담당자 변경 전해”

변호사 결혼 때문…軍검찰, 다른 법무관 추가 지정
바뀐 변호사, 고인과 전화통화한 뒤 6월 4일로 재차 연기
공군 “피해자 요청으로 변경” vs 李 “조사 물리적 불가능”
조사연기·2차 가해로 심리적 압박감 커진 듯
  • 등록 2021-06-08 오후 3:17:48

    수정 2021-06-08 오후 3:17:48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성추행 피해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군 부사관(중사)이 사건발생 81일 만에 이뤄질 예정이었던 군 검찰의 최초조사 직전 기존 국선변호사으로부터 ‘변호사가 변경될 것’이라는 연락받고 조사를 재차 연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공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군 부사관(중사)이 사건발생 81일 만에 이뤄질 예정이었던 군 검찰의 최초조사 직전 기존 국선변호사으로부터 ‘변호사가 변경될 것’이라는 연락받고 조사를 재차 연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연합뉴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공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중사에 대한 검찰의 1차 피해조사일은 5월 21일이었으나 6월 4일로 연기된 것이 ‘피해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당시 국선변호사 B법무관은 5월 8일 본인의 결혼식을 치른 뒤 신혼여행으로 1주 간의 청원휴가를 다녀왔고 이후 2주 간의 자가격리로 5월 21일에 예정된 검찰 조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공군 측에 따르면 B법무관은 결혼식 하루 전인 5월 7일 A중사에게 전화를 걸어 “결혼식 등으로 국선변호사가 바뀔 것”이라며 같은 팀에 근무하는 동료 C법무관의 이름도 알려줬다고 한다. 이에 따라 공군 검찰은 일주일 뒤인 5월 14일, B법무관과 같은 팀에 소속된 C법무관을 국선변호사로 추가 지정했다.

공군 측 자료에는 새로 지정된 국선변호사인 C법무관이 5월 17일, A중사에게 전화해 ‘향후 수사 안내 및 일정 조율’을 하면서 “피해자의 요청으로 조사일정을 5월 21일에서 6월 4일로 재변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 국선변호사인 C법무관이 5월 17일 A중사와 처음으로 통화하면서 불과 나흘 뒤인 첫 검찰 조사에 제대로 대응하기엔 물리적으로 힘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국선변호사는 검찰조사에 앞서 피해자·가해자·참고인 진술자료 및 증거자료 등 사건자료를 분석·파악해야 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피해자인 A중사를 직접 만나 사건 경위와 피해 상황 등을 직접 확인했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다는 것이다. 당시 가해자가 혐의를 부인하던 상황이었으므로 이를 반박해야 하는 피해자의 대응 전략을 짜기에도 무리라는 지적이다.

특히 A중사는 C법무관과 통화한 다음날인 5월 18일 20비행단(충남 서산)에서 15비행단(경기 성남)으로 전속 이동해야 하는 등 바뀐 국선변호사를 직접적으로 만나기 힘든 상황이었다.

따라서 공군 측이 밝힌 피해자조사 연기 사유가 ‘피해자 요청’이 아닌 ‘국선변호사 변경’ 등 군 내부사정에 따라 변경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이 의원은 주장했다.

더욱이 새로 선임된 C법무관이 A중사와 접촉한 것은 5월 17일과 18일 양일 간 전화 통화 두 차례 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는 사이 A중사가 동료들로부터 전속 이동에 대한 이유를 들으면서 심리적으로 더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유족 측은 이 의원실에 “A중사는 5월 18일 성남 비행단으로 전속 이동해 2차 가해 등 추가피해가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A중사는 성남 비행단에서 다시 만난 동료로부터 ‘난 너가 왜 여기 온 줄 안다’는 말을 듣고 심리적 충격이 컸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A중사는 조사연기 및 2차 가해 등에 따라 심리적 압박감이 커지면서 당초 조사일이었던 5월 21일 밤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채익 의원은 “고인에 대한 군 검찰의 피해 조사가 사건발생 후 석 달, 검찰 송치 후 두 달 만에 이뤄지는 등 늦어지게 됐다”며 “만약이라는 피해자가 당초 예정됐던 21일에 검찰 조사를 받았더라면 그날 밤 극단적인 선택도 하지 않았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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