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1시. 행사가 시작된 지 1시간가량 지났지만, 여전히 행사장 입구 검색대는 물론 각 그룹 채용관마다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2년 계약직 6000명을 선발하는 삼성그룹관은 종일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연구 개발, 전문·특수, 서비스·판매, 사무 등 모집 직무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었던데다 임금과 복리후생 등 근로 조건도 양호해 구직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면담 대기자가 100명을 넘어서자 번호표 배부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여느 취업 박람회와 달리 중년 여성들이 박람회장을 가득 메웠다. 회사 일이 워낙 바빠 가정을 돌보기 힘든데다 건강까지 나빠져 2년 전 회사를 그만뒀다는 김은숙(51·여)씨는 “시간제 일자리다 보니 임금 수준이 높지 않고, 직무도 제한적이지만 불만은 없다”며 “집안일을 돌볼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가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부스를 찾은 장은영(33·여)씨는 “회사와 집안일을 함께 하는데 한계를 느껴 3년 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며 “온종일 회사에 묶여 있는 건 여전히 엄두가 나질 않아 다시 취업할 생각을 못했는데, 하루 4~5시간만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이 있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장에서는 경력 단절 여성들뿐 아니라 중장년층 남성들이 일자리를 찾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날 박람회는 경력 단절 여성과 퇴직을 앞둔 중장년층이 주 타깃이다. 그러나 취업난을 반영하듯 청년 구직자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이정수(29)씨는 올해 늦깍이로 야간대학에 진학한 만학도다.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박람회장을 찾았다. 이씨는 “전일제 근무를 하면서 학업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기존의 아르바이트나 계약직과 다른 개념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생겨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정현우(27)씨는 “전일제 일자리를 선호하지만,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며 “기회만 된다면 시간제 일자리라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람회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등이 참석해 구직자들과 기업담당자들을 격려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오늘 2만 명 정도가 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며 “방문객이 최소 3만여 명은 넘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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