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법정치자금 수사 뒷얘기

  • 등록 2004-05-21 오후 8:31:39

    수정 2004-05-21 오후 8:31:39

[조선일보 제공] "수사과정에서 여러 차례 어려운 고비가 있었으나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 21일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최종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수사를 총지휘했던 안대희(安大熙) 중수부장은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해 8월 SK비자금 수사에서 촉발된 후 9개월 동안 진행된 지난 과정이 떠오른 듯했다. 안 중수부장은 또 “대통령이 불법자금 수수와 무관치 않다는 정황이 나왔을 때가 이번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3일 대선자금 수사에 착수할 때만 해도 최도술씨가 SK로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11억원을 받았다는 단서 외에는 빈손이나 다름 없었다고 한다. 검찰은 기업들에 선처를 조건으로 수사협조를 요청하는 ‘당근작전’을 폈지만 기업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지지부진하던 검찰수사는 LG측의 자백으로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LG그룹 강유식 부회장이 “한나라당에 현금 150억원을 제공했다”며 5대 기업 중 제일 먼저 ‘항복’했던 것. 이어 검찰은 기업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 이후 서정우 변호사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움직임을 포착, 지난해 12월 8일 한나라당의 불법자금 ‘창구’ 역할을 했던 서 변호사를 부랴부랴 긴급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송광수 총장과 안대희 중수부장은 인터넷 팬사이트가 만들어지면서 ‘송짱’, ‘안짱’으로 불리는 등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검찰 조사 강도도 높아서 삼성 이학수 부회장은 검찰 수사 이후 구토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안상영 부산시장과 남상국 대우건설 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후 자살하자 검찰은 ‘자살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검찰 조사를 받던 SK그룹 한 고위간부는 “죽고 싶다”고 말했고, 롯데그룹의 한 계열사 사장 역시 “죽어버리겠다”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한 기업인은 “유서 써놓고 왔다”며 진술을 거부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한나라당에 제공한 100억원의 출처는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를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집사는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비자금만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아 회사 이사로 등재까지 돼 있었다고 한다. 이번 검찰 수사로 명동 사채시장이 ‘유탄(流彈)’을 맞았다. 삼성 등 일부 기업들은 불법자금 제공 수단으로 채권을 이용했고 검찰은 명동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사채업자들을 대거 소환조사했다. 이 때문에 사채시장은 한동안 된서리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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