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폭발적 선물매수..방향 틀었나?

신규매수세 유입 `긍정적`..포지션변화 조짐
지속여부 확신은 일러..돌변가능성 배제못해
  • 등록 2004-06-24 오후 5:49:37

    수정 2004-06-24 오후 5:49:37

[edaily 김경인기자] 변화의 시작인가, 일시적인 흔들림인가? 24일 선물시장에서는 몇몇 눈에 띄는 변화의 조짐들이 지친 투자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전형적인 전강후약 장세로 맘편히 `점심 먹기` 두렵게 만들었던 지수가 오히려 오후들어 더 상승폭을 강하게 키웠고, 전일 투매로 대응했던 외국인이 대규모 신규매수에 나섰으며, 일 평균 베이시스가 6월물 만기 이후 최고치 수준으로 회복됐다. 서로 물고물리면서 긍정적인 결론을 만들어낸 `조짐`들이 과연 지속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은 흐름의 키를 쥐고 있는 외국인 매수 지속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외국인 매수폭발..왜? 전일 5518계약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이날 8943계약을 순매수하는 폭발력을 과시했다. 게다가 전일 5758계약 급감했던 미결제약정이 이날에는 1만1639계약 폭증했다. 미결제약정이 증가했다는 것은 신규매매가 증가했다는 의미. 즉 외국인의 매수의 상당부분이 포지션 청산을 통한 손절매 혹은 차익실현이 아니라 "신규매수"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간 관망세를 보이던 외국인이 매수로 방향을 튼 것이라는 기대감이 솔솔 피어나고 있다. 그러나 극도로 불안했던 시장이 안겨준 "조심스러움"이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외국인의 선물 신규매수 원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ELS 등 장외파생상품의 헷지를 위해 어느 정도 선물 매수 포지션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미 증시가 탄력있는 상승을 보이면서 한국 증시의 동반상승에 무게를 두는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부장은 "외국인의 전일 대규모 매도는 지난 6월물 만기때 쌓아뒀던 스프레드 매수 등의 누적 포지션을 정리한 것"이라며 "ELS등 장외파생상품 관련 리스크 헷지를 위해 꼭 보유해야 하는 선물 매수 포지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오늘 대규모 신규매수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전일 옵션관련 물량을 청산했다는 것은 시장이 상승해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러나 이날 미국 3대시장이 주요 저항선을 돌파하는 등 강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미 증시의 일시적 상승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하고 헷지를 위한 매수를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차익거래 물량이 많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제 청산했던 물량을 새로 설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아울러 일시적인 방향성에 베팅하는 물량이 섞이면서 매수 규모가 급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승훈 대투증권 차장은 "외국인이 균형 포지션에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아직 누적으로 추세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추세가 확인된다면 그 방향에 연속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영 서울증권 연구원은 "오늘 강세는 미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유입된 외국인 매수가 프로그램 순매수를 견인한 상황"이라며 "미국과 달리 국내는 거래대금 증가추이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 추세를 형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일단 FOMC회의 전까지 베팅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이유불문 "긍정적"..지속여부는 난망 매수의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이 시점에서의 외국인 신규매수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는데는 이론이 없다. 수급구조가 극도로 취약한 시장에서 그나마 비빌언덕은 외국인 매수 뿐이다.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외국인이 증시에 다시 돌아와 주기 이전에는 불안한 대외환경에서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김규형 동양종금 차장은 "최근 외국인이 순매수하는 경우 미결제약정이 증가하고, 순매도하는 경우 감소하는 양상으로 결국 신규매매는 매수쪽으로 가담하고 있다는 결론"이라며 "정확한 의도파악은 어렵지만, 주식을 사기위한 매수헷지든 저점매수의 타이밍을 노리는 투기매매 등 둘 다 나쁜 시그널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불안한 현 시장은 외국인을 끌어들일 만한 매력도 상승을 견인할 모멘텀도 없는 상황이다. 결국 미국 증시의 흐름과 외부 악재들의 동향에 민감한 "새가슴"일수 밖에 없다. 한 증권사 파생딜러는 "외국인의 매수가 꾸준히 유입되기를 기대하기는 무리이며 유입된다 해도 많은 물량은 아닐 것"이라며 "보통 10만개 수준에서 움직이는 미결제약정이 11만~12만계약으로 증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자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 포지션을 많이 가져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3대 악재가 여전히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다, 고 김선일씨 피살사건 등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욱 커졌고, 이날 미국 시간외거래에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약세를 보이는 등 당장 내일이라도 미 증시가 약세로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그는 "오늘 매수차익 유입규모상 에너지 소진을 보인 모습이라 미시장 상승이 전제되지 않으면 추가상승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며 "리버셜 여건으로 넘어간 선물규모상 내달 만기전에 매수차익에 대한 기대는 커지고 있지만, 시장을 끌어올리려면 외국인 매수밖에 기댈 곳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규형 차장은 "외국인 매수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방향 자체가 일관적으로 매수쪽으로 찾아가고 있다는 점을 볼 때 과거보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뀌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오늘 시장을 끌어올린 주체가 차익거래이기 때문에 베이시스 악화로 순매도로 전환될 경우 언제든지 시장이 꺾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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