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특별법` 거부권에 유족들 눈물…“정부가 마지막 희망 꺾어” (종합)

국무회의,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 의결
유가족들 진상규명 없는 피해 보상 거부
"국회에서 특별법 처리 다시 요구할 것"
  • 등록 2024-01-30 오후 2:40:23

    수정 2024-01-30 오후 2:41:27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이태원특별법)에 대한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건의 방침이 전해지자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즉각 반발했다. 유가족들은 정부가 발표한 거부권 건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국회에 특별법 처리를 다시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들이 3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국무회의의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행사 건의를 비판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시민대책회의)는 3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이태원특별법에 대한 국무회의의 거부권 건의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가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마지막 호소마저 외면했다며 국회에 특별법 처리와 진상규명을 호소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유가족 운영위원장은 여당과 윤석열 대통령이 희생자와 유가족을 끝내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유가족들이 언제 재정적 지원과 배상을 요구했느냐”고 반문하며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오직 진상규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제한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다”며 “윤석열 정부가 이태원 특별법을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거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복남 변호사(민변 이태원참사 대응 TF 단장)는 “특별조사위원(특조위) 조사 시 동행 명령권이나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은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등 유사한 조사위원회에 모두 있던 권한이고, 과거 조사위원회가 활동하는 동안에도 위헌성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동행명령을 요구하는 권한은 조사 대상자나 참고인 조사를 위해 불가결한 권한이고, 불응 시 과태료만 부과하는 정도로 그치기 때문에 영장주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며 “자료 제출 거부 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검사이고, 특조위는 검사에게 영장 청구를 의뢰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조사위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부족하다는 정부의견에 대해서는 “특별법에서 특조위원 11명은 여야가 각각 4명을 추천하고, 국회의장이 관련 단체 등과 협의해 3명을 추천하도록 하고 있다”며 “국회의장의 추천을 두고 다수 일방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면 입법부의 수장과 국회를 무시 또는 모독하는 처사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태원 특조위는 유족들에게 직접 추천 권한이 없다”며 “유가족들이 2명 추천권을 포기하면서까지 협상했지만 정부와 여당이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태원특별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한 총리는 특별조사위원회의 업무 범위와 권한의 위헌성뿐 아니라 특조위원 11명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이유를 설명했다.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를 의결함에 따라 이태원특별법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재가하면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밟게 됐다. 앞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이태원 특별법은 지난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은 법안 이송 후 15일 이내인 다음 달 3일까지 법안을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정부의 부재로 생긴 사안들은 반드시 문제를 찾아서 보완해야 하고, 이 일을 할 곳은 국회”라며 “아직 특별법이 완전히 무산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유가족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에 특별법 공포를 촉구했다. 이들은 오전 10시 50분쯤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열했다. 유가족들은 국무회의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정부 서울청사로 진입을 시도했고, 경찰이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1명이 현기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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