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본사 건물 매입 계획에…‘2대 주주’ 태광산업 “반대”

태광산업, 계열사 포함 롯데홈쇼핑 지분 44.98% 보유
“심각한 경영 위기…본사 건물·토지 매입할 필요 없어”
“리스크 요인 고려 안 해…감정가격도 300억원 늘어나”
‘배임’ 적용 가능성 언급…“법률 절차 등 다각도 조치”
  • 등록 2023-08-23 오후 1:53:34

    수정 2023-08-23 오후 2:18:03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태광산업이 롯데홈쇼핑(법인명 우리홈쇼핑)의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본사 건물·토지 매입 계획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태광산업은 계열사들을 포함해 지난해 말 기준 롯데홈쇼핑 지분 44.98%를 보유한 롯데홈쇼핑의 2대 주주다.

태광산업(003240)은 23일 입장 자료를 통해 “지난달 열린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명백한 하자가 드러났는데도 이날 이사회에서 (롯데홈쇼핑이 본사 건물·토지를 사들이겠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하지 않은 점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힘줘 말했다.

롯데홈쇼핑 본사 건물 (사진=롯데홈쇼핑)
태광산업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지난 7월 27일 열린 이사회에서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로부터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5가 소재 임차 사옥 토지·건물을 2039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해당 부동산은 롯데지주(64.6%)와 롯데웰푸드(35.4%)가 각각 지분을 갖고 있다.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이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본사 건물·토지를 사들이는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태광산업 측은 “롯데홈쇼핑은 올해 1분기 매출액 16%, 영업이익 88%가 줄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별 불편 없이 사용 중인 사옥을 사들여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태광산업 측은 이어 “이번 부동산 매입 계획은 롯데홈쇼핑의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롯데지주가 현금 확보 목적으로 롯데홈쇼핑 측에 부동산 매수를 요청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거래를 통해 롯데홈쇼핑은 2000억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을 포기하고 대신 변동성이 크고 유동성이 작은 고정 자산에 자금이 묶이게 된다”고 비판했다.

태광산업 측은 또 “부동산 시장 동향을 포함한 거시경제 지표에 따른 손실 발생 리스크, 영업상 부실이 발생할 때 대비한 유동성 부족 리스크 등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엄격히 검토돼야 하는 일”이라며 “롯데홈쇼핑 측이 본 건 이사회에 제공한 자료엔 막연하게 낙관적인 미래 추정치에 근거해 단순히 연간 17억원(경상이익 기준)의 개선 효과가 있다는 내용만 언급됐을 뿐, 앞으로 발생 가능한 다양한 리스크 요인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태광산업은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도 명백한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태광산업 측은 “(롯데홈쇼핑의 본사 건물·토지) 매입가가 국토건설부령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상 규정된 원가법이 아니라 원가법·거래사례비교법·수익환원법을 각각 20:40:40의 비중으로 가중 평균하는 방식을 사용해 감정가격이 보수적 평가 방식보다 300억원가량 늘어났다”며 “이는 완전하고 정확한 정보를 받아 의사 결정해야 한다는 이사회 진행의 대원칙에 어긋난다”고 언급했다.

태광산업은 롯데홈쇼핑 경영진이 본사 건물·토지 매입을 강행하면 법률상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광산업 측은 “롯데홈쇼핑의 2대 주주로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제반 법률 절차를 포함한 여러 각도의 조치를 진행할 방침”이라면서도 “회사·주주 모두를 위해 롯데그룹 측의 현명하고 신속한 조치가 먼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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