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은 끝났지만"…러 루블화 추가 하락 전망 잇따라

"반란 하루만에 끝났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은 커져"
에너지 수출 감소·외화예금 수요 확대도 하락 부추겨
"루블화 매도세 여전히 우위"…"1달러=90루블 갈것"
  • 등록 2023-06-27 오후 4:54:30

    수정 2023-06-27 오후 4:54:3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은 하루 만에 끝났지만, 러시아 루블화 약세는 계속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27일 “러시아 정치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닛케이는 또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 수입이 감소하고 있고, 외화 예금으로 갈아타는 러시아 수요가 늘어난 것도 루블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AFP)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21% 이상 하락했다. 우선 서방의 경제 제재 강화로 올해 1~5월 경상수지 흑자가 전년 동기대비 80% 쪼그라든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에너지 수출 부진에 따른 영향이 크다. 올해 1~4월 러시아가 에너지를 수출해 벌어들인 수익은 2조 2000억루블(약 33조 75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3% 급감했다. 벌어들인 외화를 루블화로 환전할 때 발생하는 매입 압력도 그만큼 약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외화 예금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도 루블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해외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국민의 외화 예금 잔고는 약 5조 7000억루블(약 87조 44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과 비교해 약 2.5배 규모다.

특히 최근엔 외화 예금 수요가 중국 위안화 예금으로 몰리고 있다. 이에 러시아 내 위안화 예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 100개를 넘어섰고 경쟁 심화로 3% 후반의 금리를 제공하는 곳까지 생겨났다. 러시아 정부 입장에선 달러화 대신 위안화를 확보해도 중국으로부터 소비재나 전자부품 등을 수입할 때 위안화로 결제할 수 있어 나쁘지 않지만, 루블화 가치 하락에는 여전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말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까지 발생해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 반란 이후 처음으로 시장이 열린 전날엔 달러·루블 환율이 86루블대로 치솟아(루블화 가치는 하락)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은 달러당 84루블대로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매도세가 여전히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에스터 라이헤르트 환율 분석가는 “바그너 그룹의 반란은 하루 만에 종결됐지만, (이를 통해)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 국가 자체가 분열될 수 있다는 위험이 인식됐다”고 말했다.

개인의 외화 예금 인출 제한, 수출기업에 대한 외화 매각 의무화 등 러시아 정부가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을 수단을 갖고 있지만, 전반적인 루블화 약세 흐름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탈리아 은행인 유니크레디트는 “불확실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 루블화가 달러당 90루블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매수와 매도 간 스프레드가 크게 확대하고 있어 루블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작년 9월 이후 기준금리를 7.5%로 유지하고 있지만,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9일 통화정책 회의 이후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환율을 통한 인플레이션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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