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만난 중국 베이징의 한 대학교에서 유학중이라는 김민관(23·가명) 씨는 “중국 정부가 한국 관광을 막아서가 아닌, 스스로 ‘반한’을 외치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중국 동북지방의 방사능 오염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내 반한기류가 더 심화됐다고 전했다.
줄어드는 유커에 롯데·신세계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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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탓에 올 하반기 중 한·중 관계 개선을 기대했던 유통업계는 시름이 깊어졌다. 당장 한국관광의 ‘메카’로 불렸던 서울 명동 일대 상권이 마비됐다. 특히 요커가 핵심고객이었던 롯데백화점이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그룹은 사드 배치 부지로 경북 성주 골프장을 제공한 탓에 거센 ‘반한 역풍’에 직면한 상태다. 최근 중국 정부가 롯데마트 중국점포에 영업정지 명령을 남발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근 롯데그룹이 중국 롯데마트 매각을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롯데백화점보다는 사정이 낫다. 올 2분기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86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면세점은 영업손실 44억원을 봤다.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이 15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업계에서는 유커가 줄어들지 않았다면 흑자도 가능했을 수 있다는 아쉬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동남아·무슬림이 희망...코리아세일페스타도 기대
백화점업계는 유커를 잡아두는 건 이미 기업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즉, 한·중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이상 유커를 겨냥한 각종 프로모션이나 판촉행사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이들은 유커의 빈자리를 동남아시아 관광객과 중동 무슬림 관광객을 통해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이들 국가는 한국과 정치·종교적인 갈등관계는 없고 오히려 ‘K-팝 열풍’으로 친한파가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은 98만명으로 2015년보다 33%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동남아시아 주요국 관광객은 359만명을 기록했다. 4년 전인 2012년 221만명보다 62.4% 늘어난 수치다.
롯데백화점은 업계 처음으로 최근 잠실점 에비뉴엘에 무슬림 기도실을 따로 설치했다. 기도실에는 하루 5번 메카를 향해 기도를 해야하는 무슬림 쇼핑객들을 위해 코란을 비치했다. 롯데백화점은 앞으로 할랄 식당도 열 계획이다. 할랄이란 이슬람교도가 먹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리·가공된 제품을 말한다. 신세계는 오는 28일부터 쇼핑관광 축제인 ‘2017코리아세일페스타’가 열리면 일본과 동남아시아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매출에 큰 영향을 주는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외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긍정적”이라며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열리면 동남아시아와 중동,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련해 다양한 프로모션도 기획 중에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