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활시키는 슈퍼 비타민은 '규제개혁'

최경환 경제부총리 새판짜기보다 규제개혁에 올인하라
  • 등록 2014-07-22 오후 3:36:10

    수정 2014-07-22 오후 3:55:55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경제계는 지금 그야말로 내우외환, 진퇴양난의 절박한 위기상황이다.

국내기업들은 밖으로는 하루게 다르게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업체들과 엔저라는 무기로 거세게 밀어붙이는 아베노믹스 훈풍 덕분에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일본업체들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다.

안으로는 배출권 거래제, 사내유보금 과세, 통상임금, 규제 개혁 지연, 저탄소차협력금 제도 등 기업 발목을 붙잡는 굵직굵직한 규제가 첩첩산중이다. 재계는 “미래신수종 사업 육성이나 창조형 기업으로의 도약 등은 지금의 우리 기업들엔 ‘사치스런 목표’에 불과하다”고 하소연한다.

수출이 주력인 한국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생존이 갈수록 불투명해지는 경영환경에서 미래를 준비할 여유가 있는 기업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기업마다 미래준비보다는 생존에 방점을 두고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정부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경제활력 회복이나 일자리 창출이 구호에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이런 절체절명의 상황이기에 재계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선장’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팀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더 이상 기존 경제팀처럼 실천 없는 구호성 정책만을 남발하면서 실기(失期 )를 거듭할 시간이 없다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재계는 최 부총리가 경제 정책을 뚝심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여권 내 손꼽히는 실세이자 경제통이어서 한국경제 재도약의 기반을 다질 적임자라고 보고 있다. 재계는 최 부총리가 새누리당 원내대표, 지식경제부 장관,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 등을 역임하면서 정·관계, 언론계에서 쌓은 다양한 실전경험이 향후 경제정책 추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재계는 최 부총리가 실물 경제에 밝고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꼽고 있다. 한국경제를 소생시킬 경제정책을 차질없이 실행할 수 있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가 이례적으로 최 부총리를 별다른 이견 없이 크게 환영하는 이유다.

◇첫째도 둘째도 규제개혁

재계가 최 부총리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규제개혁의 실천이다. 재계는 규제개혁이야말로 빈사상태인 기업을 기사회생시킬 ‘슈퍼 비타민’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기업은 물론 외국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규제를 지금 개혁하지 못하면 경제성장이나 일자리 창출은 언감생심이라는 설명이다.

5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규제개혁이 말만 요란하지 사실상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최 부총리는 여러 가지 욕심부리지 말고 규제개혁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추진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규제개혁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규제건수는 증가일로다. 지난해 말 1만5260건이던 규제건수가 올해 7월 현재 1만5327건으로 67건이나 늘어났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22일 최 부총리를 만나꺼낸 화두도 강도높은 규제개혁이었다. 박 회장은 “사전 규제보다는 사후 규제를 위주로 개혁해 창업 등 새로운 일을 쉽게 벌일 수 있었으면 한다”며 구체적인 규제개혁 방안까지 제시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지금의 과다한 정부규제 상황이 이를 막고 있다”며 “규제 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며 최우선 순위로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기업가를 죄인 취급하는 반기업적 사회정서가 여전하다”며 “기업인들의 기를 살려주는 정책이 선행돼야 기업가 정신이 살아나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상무)도 “세월호 참사이후 되살아 나지 못하고 있는 내수 경기부양을 위해서도 규제개혁이 가장 시급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규제개혁이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제대로 성공한 적이 없다는 점을 들며 이번에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대기업의 고위 임원은 “기업들은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개혁을 줄기차게 요청했지만 지금껏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어 이번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나마 힘이 있고 추진력이 돋보이는 경제통인 최 부총리가 새 경제팀을 맡은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새 일 벌이지 마라

새 경제팀은 더 이상 ‘새판’을 벌이지 말고 기존 진행 중인 주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규제개혁을 포함해 창조경제 실현, 비정상의 정상화 등 박근혜 정부가 설정했던 주요 국정과제를 이제는 하나하나 실천해 나갈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들 과제를 새 경제팀이 차질없이 실천하기에도 벅찰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박근혜 정부가 집권 초기 내세웠던 국정과제들이 지금껏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며 “이들 방치된 국정과제만 제대로 추진하기에도 새 경제팀에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들 국정과제만 제대로 실행돼도 한국경제는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더 이상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새 경제팀이 혹여나 새판짜기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일부 재계의 우려는 최 부총리가 정치인 출신이라는 배경에 기인한다. 새 경제팀의 수장으로 있는 동안 가시적이고 단기적인 성과를 내려는 욕심을 갖게 되면 기존정책보다는 새로운 정책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재계의 일반적인 평가는 최 부총리가 정치 뿐 아니라 관계, 언론계 등에서 다양한 경제관련 경험을 쌓아 왔기 때문에 포플리즘에 휩쓸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최 부총리가 단기 성과에만 치중할 경우 정작 한국경제의 중·장기적 대계는 소홀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특히 우리의 경쟁 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이미 중장기적 경제 계획을 수립하고 착착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장기플랜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 부총리가 지금껏 내놓은 한국경제 처방전에는 중·장기적 근본 대책이 보이지 않고 단기 대책만으로만 짜여있어 우려스럽다”며 “최 부총리가 임기 동안 돈을 풀면 단기적으로 한국경제가 반짝 성장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약보다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한국경제의 진정한 재도약을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국, 일본처럼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국가의 산업구조를 한단계 혁신하기 위한 계획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계 목소리에 귀 열어야

새 경제팀이 기업과의 소통강화에도 더욱 힘써야 한다는 재계의 의견도 많다. 새로운 경제 정책을 짜고 실천하는 데 있어 기업들과의 의사소통을 대폭 강화해야 성공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재계는 기존 경제팀이 정작 각종 주요 경제정책의 당사자인 기업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 많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전수봉 상무는 “정책을 결정하기에 앞서 기업인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기업현장에 효과적인 정책이 나올 수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인들이 보다 자주 만날 수 있는 정기적인 회의체 운영을 대폭 확대,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행히 최 부총리도 재계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있다. 22일 경제 5단체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재계와의 핫라인을 구축하고 실무진 차원의 소통 채널도 따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자료: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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