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태국 정국위기가 장기화되면 이에 따른 경기침체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문영 관장 “계엄령 따른 교민·기업 피해 없어 ”
김문영 코트라 방콕 무역관장(51)은 21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전화통화에서 “태국에서 군부가 새벽 3시 계엄령을 선포했지만 교민과 기업 재산에 대한 피해는 없다”고 전했다.
김문영 관장은 “태국의 계엄령은 통상 한국에서 생각하는 계엄령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며 “시내 곳곳에 병력이 배치된 것이 아니라 정부청사 주변과 친정부 주요 거점 3곳, 핵심 도심 일부에 병력이 지키고 있으며 유혈 사태 등 우려스러운 상황은 아직 목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대부분 시민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지만 친정부와 반정부 사이에 충동 가능성이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反)정부 시위가 6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태국에서 군(軍)이 20일 계엄령을 선포했다. 현 정부를 강제해산하는 쿠데타는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사실상의 쿠데타’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국 외교부는 계엄령 선포로 태국 전역을 여행경보 1단계(여행유의) 이상 지역으로 21일 지정했다.
김 관장은 “태국은 관광산업이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방콕시민이 시위하더라도 관광객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는다”라며 “현지 분위기는 오히려 더 차분하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대부분 여행사가 태국 방콕을 거치는 푸껫상품, 방콕을 들르는 파타야 상품, 푸껫 직항상품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고객 대부분이 예약을 취소하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이 공을 들여온 태국의 각종 인프라 관련 대형 프로젝트 계약이 자칫 백지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김 관장은 “상황을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이 추진 중인 물관리 사업은 2011년 대홍수를 겪으며 예방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며 “과도정부가 들어서 사업 승인이 일시적으로 보류되거나 지연될 수 있지만 백지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泰진출 한국 금융회사 촉각 곤두세워
그러나 현지에 진출한 한국계 금융회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태국에 진출한 금융회사는 현지 법인을 둔 삼성생명(타이삼성), 산업은행(사무소), KTB증권(지점) 등 3곳이다. 이들 3곳은 계엄령이 선포된 방콕 시내에 자리잡고 있어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직접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국내 본점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는 등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삼성생명 태국 현지법인 타이삼성도 다른 삼성그룹 관계사들과 함께 상황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강승민 타이삼성 차장은 “현재 한국에서 온 주재원 6명이 타이삼성에서 정상적으로 일하고 있다”며 “태국이 그동안 군사 쿠데타만 18번이나 일어나 군인들에 대한 방콕시민들의 감정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며 현지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태국 정국위기가 장기화되면 이에 따라 경기부진으로 한국기업의 영업력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강 차장은 “태국 정국위기가 정상화하더라도 그동안 이어진 경기부진으로 상당 기간동안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올해 매출이 작년에 비해 큰 폭의 감소세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태국 정부는 총선을 8월3일 다시 실시하자고 제안했다. 니와툼롱 분송파이산 과도총리 대행은 20일 정치적 혼란을 끝내기 위해 새로운 선거일을 정해 선거위원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태국은 지난 2월 실시한 조기 총선이 무효가 돼 오는 7월 재총선을 실시하기로 잠정 결정했지만 반(反)정부 진영이 새 과도정부 구성을 주장하며 선거에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태국 계엄사령관 프라윳 찻-오차 육군참모총장은 유혈사태가 우려되면 재총선을 실시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혀 총선 재실시가 정치적 화두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