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주식을 부정거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운영하는 버크셔가 특정 주식을 거래하기 전에 개인 계좌로 해당 주식을 미리 매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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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탐사보도 매체인 프로퍼블리카는 9일(현지시간) 자체 입수한 미 국세청(IRS) 내부 자료를 인용해 버핏 회장이 버크셔가 투자한 주식 가운데 일부를 개인 계좌를 통해 미리 사거나 팔았다고 보도했다. 프로퍼블리카가 입수한 IRS 자료에는 버핏의 개인 계좌 거래 데이터 20년치가 담겼으며, 버핏 회장이 최소한 세 차례에 걸쳐 선행매매를 진행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아울러 버핏 회장은 버크셔가 주식을 거래하기 전에 투자 대상을 호평해 주가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2000년부터 2019년까지 개인적으로 최소 4억 6600만달러어치의 주식을 거래했다. 이 가운데 웰스파고 주식 거래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2009년 4월 말 2000만달러 상당의 웰스파고 주식을 개인 계좌로 매각했다. 거래가 이뤄지기 며칠 전 그는 미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웰스파고의 경영을 칭찬했고, 이에 따라 웰스파고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는 점도 의심의 눈초리를 사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2000년 경부터 보유하고 있던 웰스파고 주식을 지난해 1~3월 전량 처분했다.
2021년에도 버크셔가 존슨앤드존슨 주식 매도를 공시하기 전에 버핏 회장이 개인적으로 존슨앤드존슨 주식 3500만달러어치를 팔아치웠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시는 같은 해 10월에 이뤄졌고, 버핏 회장의 주식 거래는 3분기(7~9월)에 진행됐다. 월마트의 주식을 매각한 시점도 버크셔의 거래 시기와 맞물렸다.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버핏 회장은 비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회사의 이익상충 규정 및 법 위반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논란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버핏 회장이 과거 “버크셔가 보유한 주식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다”고 공언한 데다, 그의 후계자로 여겨졌던 데이비드 소콜이 개인적인 주식 거래로 버크셔 내부 규정을 위반해 2011년 사퇴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