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철밥통’부터 깨지나…직무급제 논의에 취준생 ‘촉각’

공공기관 직무급제, 尹정부 경제정책방향에 포함 가능성
취준생 “공공기관 준비하던 사람 사기업 갈 듯”
  • 등록 2022-06-14 오후 1:42:56

    수정 2022-06-14 오후 4:48:28

[이데일리 오현경 인턴기자] “공공기관 직무급제 이번 정부에서 시행 되나요?”

14일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전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이 부진했던 공공기관 보수체계가 윤석열 정부에서 강하게 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이날 취업준비생 커뮤니티에서는 공공기관 직무급제 전환 소식을 두고 “공공기관 준비하던 사람들은 차라리 사기업 준비가 좋을 수도”, “호봉제 폐지하면 공공기관 갈 이유가 없겠다”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공기업에 근무중인 김모씨(익명·38세)도 직무급제 추진 관련해 “직무별 가치가 과연 공정하게 판단될지 의문”이라며 “보수 관련해서도 일의 난이도에 따라 급여가 달라진다면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 잘 듣는 직원은 하는 일에 비해 보수를 많이 주는 부서로 이동시키고 말 안 듣는 직원은 고생하는 부서로 보낼 수 있지 않냐”며 “직무를 결정하는 결정권자에게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처우가 달라질 텐데 이 경우 직원들에게 마땅한 저항수단이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전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왔다.

실제로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6일쯤 새로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발표 안에 공공기관의 직무급제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는 ‘공공기관의 직무중심 직무중심 보수·인사·조직관리 확산을 목표로 공공기관을 효율화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윤석열 정부의 초기 경제 사령탑을 맡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4월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공공기관 직무급제 전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추 부총리는 “현재 과도한 연공급 중심인 공공기관 보수체계를 성과 및 직무 중심의 보수체계로 개편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향후 전문가, 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방안과 추진 방식, 시행 시기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금인상 가능성 봉쇄” vs “경쟁력 갖추려면 필수”

그러나 일부는 직무급제 추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민주일반연맹은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대통력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화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이야기하는 직무급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없애겠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현재도 무기계약직 ·공무직 노동자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인 상황에서 임금인상 가능성이 완전히 봉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근속연수가 20년, 30년이 돼도 호봉이 적용되지 않아 그 피해는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따라 7월 초 대규모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공공기관의 고질적인 적자 문제를 해소하고 효율적인 기관 운용을 위해서는 직무급제로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현재 공공기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노동투자에 비해 산출이 너무 낮다는 점”이라며 “가장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낮은 급여 탓에 노동 추진력을 얻지 못하는 현재의 구조는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년이 보장되는 공공기관의 경우 가만히 있어도 급여를 받기 때문에 어려운 일은 기피하려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공공기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내부 근무환경에 동력을 만들 수 있는 직무급제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호봉제 체계 아래 합격 후에는 업무 능력에 관계없이 내부에서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더 중요해졌고 이에 따라 공시 준비생들의 특성이 기본적으로 ‘나는 일을 안하고싶다’로 변하고 있다”며 “지금의 ‘철밥통’식 체계를 깨고 업무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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