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시장이 올들어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년 반 가량 강한 반등세를 이어왔으나 대다수 투자자들과 현금 구매자들이 빠져나가면서 좀처럼 매수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첫 주택 구매자와 이사수요가 빈 자리를 메워야 하지만 좀처럼 주택 구입에 나서는 이들을 찾기 어렵다. 이들은 집을 사고 싶어도 대출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졌고 고용 역시 안심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현금판매 감소..샌프란시스코 등 분위기 냉각
최근 발표되는 미국 주택 관련 지표들은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지난 8월 29일 발표한 8월 잠정주택 판매지수는 전월대비 1.0% 하락한 104.7을 기록했다. 7월에 105.8을 기록하며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이내 주춤했다. 잠정주택 판매는 통상 주택 매매계약에 서명은 했지만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2개월 안에 거래를 마무리 짓는 거래를 말한다.
이보다 앞서 발표된 8월 기존주택판매 건수는 전월대비 1.8% 감소한 연율 505만건을 기록했다. NAR은 지난 8월 기존주택판매 발표 당시 현금판매가 2개월 연속 감소하며 전체 비중의 23%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2009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대출 너무 엄격..고용 불안·빚 때문에 집 못 산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주택경기 부양을 위해 주요 대출업체들에 모기지론 조건 완화를 요청했지만 지난 8월 첫 번째 주택 구매자들의 구입 비중은 전체의 29%로 큰 변화 없이 유지됐다.
이들이 주택 구입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는 지난 2~3년간 주택 가격 급등으로 부담이 커졌고 고용은 불안정한데 대출조건은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주택구입시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비율은 전년대비 13% 증가했으나 여전히 1993년 이하 수준을 맴돌고 있다.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최근 몇년간 투자자들이 주택을 많이 구입했지만 집값이 많이 오르면서 투자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첫번째 주택 수요자들은 지금도 집을 사고 싶어하지만 고용 창출이 많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융자가 잘 되지 않아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버트 쉴러 “주택시장 高평가..약세신호 나타나”
이같은 상황에서 주택시장이 당분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란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 지수를 만든 로버트 실러(68) 예일대학 교수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주택시장이 약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주택시장 역시 고평가돼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이 주택을 구입하기에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에 다소 애매한 대답을 내놨다. 그는 “주택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지금 구입해도 좋다”며 “실망스런 투자 환경에서 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주식과 마찬가지로 주택도 나쁜 투자자산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