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찍고 노시죠"

  • 등록 2004-04-14 오후 5:26:36

    수정 2004-04-14 오후 5:26:36

[edaily 조용만기자] 잘못된 정치에 대한 책임은 국회의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절반의 책임은 이들을 뽑아준 유권자에게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지형을 바꾸고 미래를 변화시킬 17대 국회의원 선거가 하루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상 초유의 탄핵정국속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의 한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경제부 조용만 기자입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총선얘기입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중 누가 17대 국회의 1당이 될 것인지,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하는 진보세력은 제도정치권에 어떤 강도로 진입할 것인지, 영·호남과 충청으로 대변되는 지역주의가 이번에도 반복될 지 등으로 날이 샙니다. 3월12일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번 선거는 탄핵심판 및 대통령 재신임 문제와 연결고리가 형성됐습니다. 여소야대를 극복하지 못하면 개혁도 안된다는 논리로 현 정권은 이번 총선에 올인했고, 이는 정치적 대결국면을 넘어 급기야 탄핵사태로 까지 이어졌습니다. 탄핵정국과 함께 시작된 촛불집회는 전국을 뜨겁게 달궜고 교직원과 공무원 노조의 정치참여, 시민단체의 낙선운동, 노인폄하 발언 등으로 총선정국은 요동을 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온 나라는 보수와 진보로, 늙은이와 젊은이로, 지역과 색깔로 갈라졌습니다. 지난 2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선거법상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면서, 국민들은 눈과 귀가 막힌 채 `거야(巨野)부활`과 `거여(巨與)견제`의 온갖 엄살에 무방비로 노출돼 왔습니다. 각당 지도부가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막판까지 읍소를 거듭하는 가운데 드디어 15일 17대 총선 투표가 실시됩니다. 투표는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과거 전제정치하에서는 지주나 귀족 등 일부 계층에만 이 권리가 주어졌고, 지난 세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여성을 비롯한 일반국민들에게도 참정권이 부여됐습니다. 싸워서 얻은 소중한 참정권은 헌법에 보장된 불가양(不可讓)·불가침의 권리입니다. 이번 투표를 통해 지역구 243명과 비례대표 56명 등 총 299명의 국회의원이 선출됩니다. 17대 국회에서는 민생과 경제의 발목의 붙잡는 정치가 사라져야 합니다. 기업들로부터 수백, 수십억원을 거둬가고, 비리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방탄국회를 열고, 온갖 정쟁으로 민생과 개혁입법은 늘 뒷구석에 처박아 두는 정치가 4년 또 반복돼서는 안됩니다. 16대 국회의원들이 달랑 152일을 근무하고 한사람당 16억, 시간당 134만원의 혈세를 축냈다는 소식을 다시 듣지는 말아야 합니다. 각 당이 이번 선거에서 어느 정도의 의석을 확보할 지는 15일 오후 6시 투표종료와 함께 발표될 출구 여론조사 결과에서 가늠할 수 있을 듯 합니다. 9시쯤에는 대강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소식입니다. 투표결과에 따라 한국 정치의 지형이 바뀌고 17대 국회는 개원과 더불어 탄핵문제와 파병, 개헌논의 등 국가와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지난 대선과 더불어 이번 총선에서 진보세력의 약진으로 보-혁 구도가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총선 후 정개개편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선거과정에서 갈라지고 찢겨진 국론을 다시 통합하고 비틀거리는 경제와 민생을 살려내는 것도 17대 국회에 맡겨진 숙제입니다. 선거결과는 국민의 선택이고 민심의 표출입니다. 정치권에 어떤 형태의 황금분할이 이뤄질지 알 수 없지만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중국은 계속 치고 나가고, 미국은 회복가도에 접어들었고 일본도 일어서려고 합니다. 우리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를 위한 선택이 유권자들의 한표에 달려 있습니다. 17대 국회가 국민과 경제를 내팽개치고 정쟁과 힘겨루기로 분탕질을 친다고 해도 `3류 정치`나 `함량미달`로 싸잡아 매도할 수 없습니다. 내 손으로 뽑은 선량들 아닙니까. 선거일은 임시 공휴일입니다. 노는 날이죠. 주5일 시대에 금요일만 `제끼면` 푹 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4년간 정치권에서 벌어질 작태와 경제·민생파탄 책임의 절반 이상은 감내할 생각을 하고 놀아야 합니다. 한 인터넷 매체는 인터넷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한표가 역사를 뒤바꾼 사례`를 이렇게 소개했더군요. ▲1645년, 대영제국은 단 한표차로 올리버 크롬웰에게 전 영국을 다스리는 통치권을 부여했다. ▲1649년, 영국왕 찰스 1세는 단 한 표 때문에 처형됐다. ▲1776년, 미국은 단 한 표 차로 독일어 대신 영어를 국어로 채택했다. ▲1839년, 마커스 몰튼은 단 한 표의 덕으로 미국 매사츄세츠 주의 주지사로 뽑혔다. ▲1868년, 앤드류 죤슨 미국 대통령은 단 한 표 때문에 탄핵 소추를 모면했다. ▲1875년, 프랑스는 단 한 표 차로 왕정에서 공화국으로 바뀌는 새 역사를 시작했다. ▲1923년, 아돌프 히틀러는 단 한 표 때문에 세계 역사를 바꾸어 놓은 나찌당을 장악하게 됐다. 당신의 한표가 정말로 세상을 뒤집을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놀더라도...찍고 노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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