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증여세 배임 혐의' SPC그룹 회장에 징역 5년 구형

검찰 "증여세 회피 총수 일가 이득만 고려해"
허 회장 "오해로 부정적 평가…부덕의 소치"
  • 등록 2024-01-08 오후 2:19:17

    수정 2024-01-08 오후 7:43:19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검찰이 계열사를 동원해 다른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오너 일가 증여세를 회피한 혐의를 받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SPC그룹 본사 전경. (사진=SPC)
검찰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 심리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의 결심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조상호 전 SPC그룹 총괄사장, 황재복 SPC 대표이사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경영을 책임지는 고위 임원으로서 임무를 위배해 밀다원 주식을 과거 평가가액이나 객관적 교환가치에 비해 현저히 저가로 매도해 파리크라상 등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며 “삼립에 재산상 이익을 주고 총수일가의 이득만 고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허 회장은 다수 법인을 운영하면서 막대한 책임을 갖고 있지만 주식을 임의로 처분하면서 이익을 사유화했다”며 “피고인들은 피해자 회사의 재산을 적정히 관리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 등은 증여세 부과를 회피하기 위해 2012년 12월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한 밀다원 주식을 취득가(2008년 3038원, 1주 기준)나 직전 연도 평가액(1180원)보다 낮은 255원에 삼립에 양도해 179억7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혐의로 2022년 12월 기소됐다.

검찰이 판단한 적정가액은 주당 1595원으로, 해당 거래를 통해 샤니에 58억1000만원, 파리크라상에 121억6000만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거래가 이뤄진 시점인 2012년 12월은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가 신설돼 시행(2013년 1월)되기 직전으로,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밀다원의 주식을 삼립에 매도하지 않으면 총수일가에게 매년 8억원 상당의 세금이 부과될 전망이었다. 검찰은 허 회장이 최근 10년간 74억원을 아낄 수 있었다고 보고 있다.

허 회장 측 변호인은 “증여세 회피와 저가 주식 양도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며 “배임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전제인데 손해가 나는 매각을 하고서 배임이 문제 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밀다원 주식 매각 경위에 대해서는 “일감몰아주기 기업으로 낙인찍힐 수 있어 매각 절차를 이행한 것”이라며 “검찰 주장처럼 1595원에 매각하면 200억원 이상 이득을 얻는데 증여세 수억원을 얻고자 이렇게 매각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2020년 9월 수사가 시작된 후 2년여가 지나 기소됐다는 점에서 “불의의 사고 발생 직후에 기소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그 경위가 정당한 절차인지 다소 의문”이라고도 지적했다. 기소 직전인 2022년 10월 SPC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20대 근로자 사망 사고를 언급한 것이다.

허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평생 좋은 빵 만드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 경영과 관련해서는 전문 경영인들에게 모두 맡겨 바르게 하려고 노력했다”며 “오래전 밀다원 주식 양도가 새삼 문제가 돼 법정에 서게 돼 다시 한번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편으로 저희에 대한 오해 때문에 (회사가) 부정적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마음이 아프다”며 “이 모든 게 저의 부덕의 소치라 여기고 앞으로 국민으로부터 믿음과 사랑을 받는 회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허 회장 등의 선고공판은 내달 2일 열릴 예정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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