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경찰이 최근 검찰, 금감원 등 공공기관을 사칭한 ‘기관사칭형’ 전화금융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특히 원격 접속, 제어 및 지원용으로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 ‘팀뷰어’를 활용한 피싱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기관사칭형 범죄는 9월 387건에서 10월 474건, 11월 702건 등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액도 9월 112억원→10월 135억원→11월 148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반해 그동안 범행의 주요 기망 수법이었던 ‘저금리로 대출해 주겠다’ 등 대출사기형 범죄 발생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출사기형 범죄는 1425건(피해액 403억원), 1407건(342억원), 1431건(408억원)이 발생했다.
특히 최근 기관사칭형 수법에서 ‘휴대폰 또는 계좌가 범죄에 연루돼 있는지 검사해야 한다’ 등 이유를 들어 팀뷰어 등 원격제어앱을 피해자 휴대폰에 설치하게 한 후, 피해자 명의 은행예금, 주식·가상자산 판매대금까지 편취한 사례가 지속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기관사칭형 전화금융사기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경찰과 검찰 등을 사칭해 “물품사기 범죄에 피해자가 연루됐는데,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금감원 직원에게 돈을 전달하라”는 명목으로 14회에 걸쳐 8억7800만원을 가로챈 사건이 발생했다. 또 검사를 사칭해 계좌가 범행에 이용돼 조사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15억원 상당을 가상자산으로 이체받고, 피해자를 만나 1억원을 편취해 총 16억원을 가로챈 사건도 발생했다. 해당 사례들은 모두 팀뷰어 등 원격제어 앱을 이용한 편취 사건들이다.
경찰은 기관사칭형 전화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행동수칙으로 수사기관, 금감원 등 공공기관에서 범죄 연루 등 전화를 받은 경우 당황하지 말고 전화를 끊을 것을 당부했다. 또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는 112(경찰청), 1301(검찰청), 1332(금감원) 등 해당기관 대표번호를 통해 확인하고 타인이 권유하는 원격제어앱 등을 설치하지 말고, 범죄 의심 전화·문자 수신시에는 반드시 112 신고 및 스팸 등록 조치할 것을 권장했다.
경찰청은 “원격제어앱은 앞으로도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을 것으로 보여 유관부처에 통보하고, 협업을 통해 관련 대책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