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 직전 고급외제차 이용, 억대 보험사기 일당 적발

보험사 처분 ''전손차량'' 경매로 구입해 부분수리 후 고의 사고 수법, 보험사 직원도 개입
  • 등록 2010-11-29 오후 4:19:18

    수정 2010-11-29 오후 4:19:18


 
[노컷뉴스 제공] 사고로 운행이 불가능하게 된 고급 외제차를 헐값에 구입해 최소한의 운행만 가능하도록 수리한 뒤, 고의로 사고를 내는 방법으로 고액의 보험금을 챙겨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차량번호와 보험사를 바꾸면 사고이력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했고, 보험사의 보상담당 직원들까지 범행에 끌어들여 완전범죄를 꿈꿨던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구속영장을 신청한 해운대 모 정비공장 대표 박 모(41) 씨.

박 씨는 중고차 매매상인 조 모(41) 씨와 공모해 고의 추돌사고 등 각종 교통사고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보험사기에는 차량수리비가 차 값보다 많아 보험사가 폐차결정을 내린 이른바 '전손차량'이 이용됐다.

보험사에서 헐값에 처분하는 전손차량을 경매를 통해 구입한 뒤, 박 씨의 정비업소에서 최소한의 운행만 가능하도록 중고부품으로 수리해 재활용한 것이다.

지난해 6월 행동책 김 모 씨를 시켜 수영구 남천동 청소년 수련회관 부근 도로에서 사고를 낸 재규어 차량은 보험사로부터 549만 원에 구입한 폐차 직전의 차였지만, 고의 사고를 낸 뒤에는 새부품으로 수리한 멀쩡한 차량이라고 속여 구입가의 10배인 5천4백만 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이들의 범행에는 모두 17대의 차량이 동원됐는데, 모두가 보험사로부터 구입한 전손차량이었다.

최저 188만 원에 구입한 것을 비롯해 차량 구입가가 대당 평균 450만 원에 불과했지만, 고의 추돌사고를 비롯해 차량 침수나 자차사고 등을 가장해 최근 2년간 챙긴 보험금은 모두 21차례에 걸쳐 6억 원에 달했다.

부산경찰청 곽명달 광역수사대장은 "외제차의 경우 수리비가 월등히 높고, 부품을 회사별로 독점공급하고 있어 보험수가가 높은 점을 악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손차량을 이용한 보험사기였지만, 국내 손해보험 체계에서는 차량번호와 보험사만 바꾸면사고 이력을 추적할 수 없어 보험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박 씨 일당은 심지어 조 모(32) 씨 등 보험사 보상담당 직원 2명을 4백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으로 매수해, 현장 실사를 하지 않거나 수리비를 부풀려 청구하도록 도움까지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박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보험사 직원 2명(배임수재혐의)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박 씨로부터 사례금을 받고 고의 교통사고를 일으킨 행동책 24명도 함께 입건했다.

경찰은 또 박 씨가 경매로 구입한 전손차량이 58대에 이르는 것으로 미뤄,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음주운전 등으로 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된 기간 중 교통사고를 내고도, 보험사가 면허 유무를 확인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해 1인당 50만 원에서 200만 원에 이르는 자기부담금(면책금)을 내지 않고 보험을 처리한 혐의로 강 모(30) 씨 등 운전자 118명도 적발해 불구속 입건처리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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