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지난달 12일 정운찬 국무총리의 1박2일 충남지역 방문을 함께 했습니다. 세종시 수정에 냉담한 충청지역 민심을 돌리기 위한 정 총리의 행보를 취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정 총리 일행과 함께 탄 KTX 창을 통해 보여진 충청지역의 광경은 일단 무엇인가 많이 들어서고 있다는 것 이었습니다. 곳곳에 아파트, 공장이 세워지고 도로가 닦이고 있었습니다. 충청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변화가 빠른 곳 일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통계만 놓고 봐도 충청권은 울산에 이어 지역내 총생산(GRDP)이 두 번째로 높은 지역입니다. 아산 탕정지역에는 기업도시가 들어서고, 세종시와 맞닿아있는 오송, 오창에는 첨단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대덕에는 정부가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만든 대규모 연구단지가 있습니다.
물론 세종시 논란의 원죄를 이번 정부에게 찾기는 힘든게 사실입니다.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서 불거졌습니다. 신행정수도 건설법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을 받게 되자 정부는 9부2처2청이 옮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만들어 수도이전에 준하는 효과를 내려 했고, 충청권 표를 의식한 당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게 됐습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노무현 정부의 유산인 `세종시 원안`을 고수해야 된다고 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이끌었던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입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를 지금 와서 손을 대다 보니 옷 매무새가 더 이상해진 꼴이 세종시를 마주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이명박 정부가 만드는 `신세종시`에는 정부 부처가 안가는 대신 국내 주요 대기업들과 미래 먹거리 개발의 핵심인 과학비즈니스벨트가 들어섭니다. 정부 재정과 민간투자를 합치면 16조5000억원이 투입됩니다. 노무현표 행정도시인 `구세종시`에 들어가는 돈(8조5000억원)의 두배 가량이 더 들어가는 겁니다.
정운찬 총리의 충청방문길을 함께 취재했던 다른 기자는 그날 밤 소주잔을 기울이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미 많은 걸 가진 충청도에 또 무엇인가를 주기 위해 진짜 낙후된 경상도와 전라도, 강원도에 가야할 것들이 못가고 있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세종시 블랙홀`론에 쐐기를 박기 위해서는 이런 분통을 달랠 수 있는 합당한 답이 나와야 합니다. 과거에 한 약속을 뒤집기 위해서 더 많은 선물을 줘야 한다는 논리가 정당화 되는 한, 우리는 영원히 "과거에 발목잡혀 시간을 허비할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