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어른들, 대통령에게 무슨 충고했나

경제 문제, 정책 지지속 신뢰 확보 노력 당부
북한 문제 유연한 접근 주문
  • 등록 2009-03-12 오후 4:35:14

    수정 2009-03-12 오후 4:40:33

[이데일리 김세형기자] 최고 96세, 최저 69세, 평균 연령 80.5세 원로들로 구성된 국민원로회의가 12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 아래 첫 회의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오찬을 겸해 3시간 넘게 회의가 진행됐지만 첫 회의인만큼 덕담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일부 원로들은 국민 신뢰 확보를 주문하고, 사회통합 차원에서 대통령이 관용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대북 관계에서는 긴장 고조가 도움이 안된다며 대통령의 유연한 자세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컸다.

◇ 경제 정책 잘하고 있다..국민 신뢰 확보돼야

경제분야 원로로 백수를 앞둔 송인상 전 재경부 장관(96세)은 "위기가 기회라는 말에 적극 찬성한다. 우리는 위기가 올 때마다 한걸음 전진한 역사를 갖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송 전 장관은 특히 "4월 런던 G20 회의 때 보호주의에 절대 반대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배제 주장에 적극 찬동했다.

남덕우 전 총리 역시 "재정부에서 올해 예산중 24조원 가량을 절감해서 시급한 경제회복에 사용키로 한 것은 아주 좋은 방안"이라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속도이며 곧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고 대통령의 속도전에 뜻을 함께 했다.

이규성 전 재경부 장관은 "현 정부가 녹색성장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획기적"이라며 "이번 추경예산으로 서비스 산업의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정부의 노선과 방향을 같이 했다.

경제분야 원로들 대부분이 이처럼 대통령에게 용기를 북돋워 줬지만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순 전 한국은행 총재는 "세계가 미증유의 위기에 처했지만 각 정부가 이를 극복할 능력을 모두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지나친 자신감을 경계했다.
 
조 전 총재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면서 국민의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 남북 관계,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연결돼선 안돼

대북·안보 분야에서는 대통령이 대북 문제 접근에서 유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경제적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지만 남북 관계의 긴장도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며 "이를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국가안보는 곧 경제이기도 하다"면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그 책임이 어디에 있든 간에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더 심화돼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남북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양쪽 국민의 복지와 안전을 담보하는 일"이라고 전제하고, 비핵 추진의 절대성을 언급하면서 "어떻게든 북한을 잘 설득해 국제사회의 예외지역으로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훈 전 국방부 장관은 "지금의 키 리졸브 훈련은 과거 수십만명의 한미 군인이 참여하는 팀 스피리트 훈련에 비해 약한 것"이라며 "북한에서 이를 빌미 삼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남한 길들이기"라고 말했다.

◇ 관용의 정치 펴야

사회통합 부문에서는 대통령이 사회통합에 좀 더 힘써줄 것을 당부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송월주 스님은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마치고 오자마자 `소외계층을 끌어 안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뒤이어 `신빈곤층에 대한 복지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고 한 부분은 아주 잘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스님은 이어 "빈곤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져야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며 "어려운 사람들을 국가가 잘 도와서 사회통합을 이루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국민의 힘을 통합하기 위해 믿음의 정치, 관용의 정치를 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와 함께 "국민의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정책의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관 전 대법원장은 "정치가 법에 의해, 경제가 법의 기초 위에서 이뤄지고 사회가 법대로 흐르는 것이 사회안정의 기초"라며 법조계 출신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그러면서 "근래 법질서가 너무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결국 국회에서 좋은 법을 좋은 절차에 의해 잘 만들어야 하는 데 그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고 국회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한편 권이혁 전 서울대 총장은 "우리 사회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며 "이런 가운데에서도 대통령이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같아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며 "국민은 강한 정부를 원한다. 강한 리더십을 요구한다"고 대통령의 굳건한 자세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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