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한글을 모른 채 살아왔던 이태욱(78)씨는 요즘 외출을 하기가 겁이 난다고 했다. 주문을 할 때 말로 하면 됐었는데 키오스크를 둔 상점이 급증하면서 쩔쩔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생겨서다. 이씨는 성인 문해학교에 다니기 전에는 키오스크 안의 글을 아예 읽을 줄 모르니 키오스크 이용법을 배우는 것조차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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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해자들의 걱정에도 전국의 키오스크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황정아 의원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보급 현황은 2021년 21만 33대에서 지난해 53만 6602대로 2년 만에 2.6배 증가했다.
특히 키오스크마다 이용법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신지영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키오스크가 수용자 중심으로 돼 있지 않은 것이 굉장히 문제”라며 “키오스크가 쓰이는 장소마다 체계도 완전히 다르고 업체마다도 사용법이 달라 직관적으로 사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동대문구의 한 문해학교에서 근무하는 김윤환(32)씨도 “어머니들이 열심히 학교에서 글을 배워가도 매장마다 키오스크가 너무 다르니까 힘들어하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강요하는 건 어렵다면서도 기계 사용법과 용어를 단순화해 디지털 장벽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허준 영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민간 업체들을 대상으로 규제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결국 업체들도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끔 하는 게 목적이니 디지털 기기의 사용 장벽을 낮추자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행정 용어나 영어 등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만든 과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