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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PA, 가자 통치할 수 있을까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 이후 가자지구 통치 방식에 대해 “팔레스타인 주도 정부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산하 서안지구를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PA를 효율적으로 확대·재편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국가로 공존해야 한다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 왔다. 블링컨 장관은 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한때 이스라엘 정착촌까지 건설했지만 결국 2005년 완전히 철수했다. 그 뒤 가자지구는 PA가 통제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2007년 내전 끝에 서안지구에 근거지를 둔, 마흐무드 압바스 PA 수반을 따르던 파타 세력을 축출하면서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2005년부터 PA를 이끈 압바스는 1935년생으로 87세의 고령이다. 최근 블링컨 장관과 만나는 등 친미·친이스라엘 성향에 기울어 있다는 평가다. 그런 만큼 가자지구 주민들은 PA를 향해 끊임없이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블링컨 장관은 포스트 하마스 구상의 원칙으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강제 이주시키지 않을 것 △가자지구가 테러리즘 근거지로 쓰이지 않을 것 △가자지구를 봉쇄·포위하려고 하지 않을 것 △서안지구에서 테러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등을 거론했는데, 이는 다소 이상적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완전히 독립적인 팔레스타인 국가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재점령 시나리오, 가능성 더 낮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재점령하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더 낮다. 주변 중동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맹방들마저 반대하는 탓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최근 ABC와 만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정해지지 않은 기간에 걸쳐 전체적인 안보 책임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직후 미국 인사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이스라엘 측은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인 일론 레비는 이날 “하마스 이후를 논의하는 것은 아직 너무 이르다”고 했다. 그는 다만 “국제사회의 파트너들과 함께 다양한 시나리오를 살펴보고 있다”며 “공통 분모는 다시는 가자지구가 테러의 온상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 다국적군을 가자지구에 임시 배치하는 방안도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으로 다국적군을 구성해 가자지구에 배치한 이후 이들이 지원하는 중동 국가, 이를테면 사우디아라비아 혹은 아랍에미리트(UAE) 등이 가자지구를 임시 통치하는 방식이다. △1979년 체결된 이집트·이스라엘 평화조약을 모델로 한 평화유지군 신설 △유엔의 가자지구 전체 임시 통치 등의 방안 역시 거론된다. 다만 서방 진영을 중심으로 한 이같은 논의는 일시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회의론이 없지 않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전후 무질서 속에 테러 세력들이 활개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4~2017년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동부를 점령했던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