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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은 우주의 약 2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암흑물질의 흔적을 발견한 연구는 이탈리아 그랑사소 지하실험실의 DAMA(다마) 실험이 유일하다. 하지만 실험을 재현하기 까다로워 그간 세계 유수의 연구팀이 DAMA 실험을 재현하는 데 실패했다.
지하실험연구단과 국제공동연구진의 ‘COSINE-100’ 실험은 DAMA와 동일한 고순도 요오드화나트륨 결정 제작에 성공해 지난 2016년 9월 실험을 시작했다. 이는 DAMA 실험과 동일한 조건에서 연간 변화하는 입자 신호를 측정, 완벽하게 검증할 수 있는 최초의 실험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보고로서 COSINE-100 연구진은 착수 후 59.5일 동안의 입자 신호를 기반으로 DAMA가 틀렸을 가능성을 작년 네이처지에 게재한 바 있다. 하지만 완벽한 검증을 위해서는 연간변조신호가 필수적이어서 최종 결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암흑물질 후보 윔프는 연간 입자 신호의 변화를 분석해 찾아낼 수 있다. 암흑물질로 채워진 은하를 태양계가 돌고 태양계 안을 지구가 돌면서 은하 기준으로는 지구가 태양보다 빠르거나 느리게 연중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때문에 윔프 입자가 존재한다면 겨울에는 190 km/s, 여름에는 250 km/s 속도로 지구에 진입하게 되고 이 신호 패턴을 연간변조신호라고 한다. DAMA 실험은 지난 1998년부터 윔프의 연간변조신호를 측정해 왔다.
연구진은 이번에 2016년 10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약 2년 동안 연간변조신호 데이터를 얻었다. 윔프의 연간 신호 변화를 잡아내기 위해 다른 계절적 요인을 최대한 차단했다. 실험실 온습도는 1% 오차 이내에서 제어하고 뮤온, 중성자, 라돈 등 주변 방사능은 면밀히 계산해 데이터를 보정했다. 교신저자인 조재현 예일대 연구원은 “검출기에 들어가는 잡음을 1% 이내로 유지하도록 데이터를 보정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얻은 연간변조신호를 DAMA와 동일한 모형을 사용해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 추세라면 3년 안에 데이터 신뢰도 3시그마(99.7%)를 달성해 DAMA 실험을 완벽하게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3년 뒤 COSINE실험이 DAMA와 최종적으로 다른 관측을 한다면 DAMA팀이 관측한 것은 윔프가 아니라는 얘기가 된다. 이 경우 DAMA가 관측한 신호가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것까지가 연구팀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