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대전 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진범이 21년 만에 검거돼 당시 누명으로 옥살이한 피해자에게 보상금이 지급된다. 보상금은 당시 물가를 반영하는 탓에 지금 물가와 비교하면 한없이 가벼울 전망이다.
| 21년 만에 잡힌 대전 은행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가 지난 2일 오전 대전 둔산경찰서를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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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은 2001년 12월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국민은행 지점에서 발생했다. 2인조 복면 무장강도가 지점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 차량을 덮쳐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 과정에서 은행 직원이 강도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사건 몇 달 전에 경찰관이 피격당해 빼앗긴 권총이 범행에 쓰였다. 강도들은 훔친 차량 두 대를 써 범죄를 저질렀다.
연말 발생한 강력 사건에 시민 불안이 컸다. 이듬해 국제 행사 월드컵을 앞둔 터에 치안도 걱정이었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들어갔다. 수배전단 수 만장을 전국에 배포하고 현상금 1000만 원을 걸었다. “경찰의 명예를 걸고 범인을 검거할 것”이라는 게 경찰 각오였다.
도주에 쓴 차량을 발견하고 현장에서 지문을 채취해 수사는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그러나 사건은 갈피를 못 잡고 해를 넘겼다. 현상금은 2000만 원으로 올랐다. 범인이 잡힌 건 2002년 8월29일이다. 경찰은 20대 남성 2명을 용의자로 특정해 체포하고 현역 군인 1명을 공범으로 잡아 헌병대에 넘겼다. 이제 경찰관에게서 총기를 빼앗아 이들에게 팔아넘긴 20대 남성 2명을 잡으면 됐다.
그러나 법원에서 주범 2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군 법원도 공범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증거 불충분이 이유였다. 이들이 경찰 강압으로 허위 자백을 한 사실이 영장 실질 심사에서 드러났다. 3명은 모두 석방됐다.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지난달 진범 2명이 잡히기까지 21년간 장기 미제로 남았다. 진범은 당시 경찰이 권총 판매상으로 보고 쫓던 2명이었다.
| 21년 만에 잡힌 대전 은행 강도살인 사건 피의자가 지난 2일 대전 동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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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경찰청은 전날 입장문을 내어 당시 체포돼 구금된 피해자 3명에게 사과하고 “보상이 이뤄지도록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상 근거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과 이밖의 법률이다. 형사보상법은 형사소송법 절차에 따른 미결 구금된 데 대해 국가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중요한 것은 보상 액수다. 보상은 구금 당시 최저일급의 최대 5배까지 이뤄진다. 사건이 발생한 2001~2002년 최저일급은 1만6800원이다. 당시 언론보도 등을 바탕으로 추정하면, 피해자 3명은 사나흘 가량 구금된 것으로 보인다. 최대 나흘치 일급은 6만7200원이고, 여기에 5배를 적용하면 33만6000원 정도다.
그렇다고 다섯 배를 무조건 적용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상금은 구금 기간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수사 기관의 고의 등을 종합해 정하는데, 최대치가 최저일급의 5배일 뿐이다.
몸값이 비싼 이라고 하더라도 5배를 받기란 어렵다. 예컨대 이상훈 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받은 형사보상금은 대략 5700만원이다. 구속된 2019년 일급 6만6800원과 구속기간 238일을 고려하면 보상금은 일급 대비 3배를 약간 넘는다.
다만 보상 외에 배상 절차를 밟는 방법은 있다. 앞서 언급한 ‘이밖의 법률’이 근거가 될 수 있다. 국가의 잘못으로 발생한 피해를 배상하라는 민사소송을 내면 된다. 그러나 소송에 드는 시간과 금전 비용은 당사자가 감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