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행방불명인 묘역과 추모비를 참배한 뒤 유족을 위로했다.
이번 추념식에서 가수 이효리는 4.3사건을 추모하는 이종형의 ‘바람의 집’과 이산하의 ‘생(生)은 아물지 않는다’ 등의 시를 낭독했다.
이어 이관석 희생자의 유족 이숙영 씨가 ‘어머니께 드리는 글’을 낭독했다. 이 씨는 4.3사건 당시 학교 교장이었던 아버지가 총살당하고 큰 오빠가 행방불명되면서, 한을 품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는 편지를 읽었다.
4.3사건 최고령 생존자 등과 함께 이 씨의 낭독을 듣고 있던 김 여사는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문 대통령도 지그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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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숙영 씨가 낭독한 ‘어머니께 드리는 글’ 전문이다.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늘 제 가슴 속에 살아계신 어머니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아픈 계절 4월에 하늘에서 내려다봤수까
착한 사람을 왜 학살했는지 밝혀달라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 없는 마흔네 살 어머니는 시부모 모시랴 어린 것들 키우랴 울 틈 없어 안으로 불러든 울분을 밤이 되면 쏟아내는 흐느낌
‘어머니 밤에 무사 울언?’ 이 한 마디를 묻지 못하고 여섯 살 막내는 서러움으로 철이 들며 자랐습니다.
제주도 최초로 한악대를 창간하며 음악교육에 앞장선 큰 오빠가 예비검속에 끌려가 수장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날 ‘아이고 집안에 주춧돌이 무너졌다. 우리 어떻게 살아갈꼬’ 땅을 치던 어머니의 애끓는 통곡을 저 바다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짧은 운명 대신하여 오빠의 비석 옆에 어머니가 심어놓은 무궁화는 시대의 아픔을 잠재우며 해마다 피어나는 오빠의 영혼
4.3사건, 예비검속, 행방불명 그리고 연좌제 이 아픈 단어들을 가슴에 새긴 채 숨죽이며 살아온 70년. 이제 밝혀지는 4.3의 진실! 바로 세워지는 4.3의 역사 앞에 설움을 씻어내며 부르게 될 우리들의 희망찬 노래
죄없이 가신 님들이시여,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는 날 긴 세월 마디마디 맺힌 한을 풀어놓으시고 편히 잠드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