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도진 "연극은 자신의 내면 들여다볼 마지막 장소"

러시아 연극 연출 거장
상트 페테르부르크 말리극장과 함께 3년 만에 내한
체호프 고전 '세 자매' 연출
10~12일 LG아트센터서
  • 등록 2013-04-09 오후 7:13:15

    수정 2013-04-09 오후 7:15:31

러시아 연극 연출의 거장 레프 도진이 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세 자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김정욱 기자 98luke@).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체호프의 ‘세 자매’를 들고 최근 내한한 레프 도진(69)은 러시아 출신 연극 연출의 거장이다. 그는 러시아 연극 최고 권위의 황금 마스크상을 세 번이나 받았다. 피터 브룩과 피나 바우쉬 등이 받은 유럽 연극상도 거머쥐었다. 프랑스 문학예술훈장을 받은 도진은 영국 출신 피터 브룩 이후 최고의 연출가로 불린다.

이같은 경력의 그가 생각하는 연극은 어떤 의미일까. 도진은 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연극 ‘세 자매’ 기자간담회에서 “연극은 사람이 자신의 내면을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마지막 장소”라고 의미를 뒀다.

“우리는 기술의 정글 속에 살고 있다. 인터넷 등 매체들에 둘러싸여 가상현실을 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극장은 자신의 내면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연극을 통해 사람의 호흡 및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감정선을 이해하기 위해 집중하고 사람의 힘이 빛을 발하는 장르가 바로 연극이다.”

도진은 연극의 본질을 ‘각성’으로 봤다.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경험하지 못했던 지적 경험을 도와주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좋은 연극’이다. 도진은 “진실된 감정을 보여주는 게 어색하고 힘들어지고 있다”며 “관객에게 때론 혼란을 주더라도 사람들이 감추고 있던 문제들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연극을 만들고 싶다”고 연출 지론을 밝혔다.

내실 없는 연극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도진은 “최근 연극이 ‘좋은 연극’의 의무를 외면하고 실천하는 데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일부 연극이 상업성에만 집중해 관객을 자극하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일침이다.

도진은 10일부터 12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연극 ‘세 자매’를 선보인다. 그가 말한 ‘세 자매’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러시아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모스크바를 동경하는 아름다운 세 자매의 꿈과 좌절을 그렸다. “공연 마지막에 ‘내가 알았더라면’이란 대사가 세 번이 나온다. 우리가 왜 태어났고 살아가는지 그 가치를 알아가는 게 ‘세 자매’ 주인공들의 과정이자 우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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