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한국전력공사(한전)의 회사채인 ‘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5배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며 철강사와 디스플레어 업체 등 기업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전의 유동성 위기가 커질 수 있어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산업 수요가 위축되고 원자잿값은 오르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에너지 비용이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9일 정부는 한전채 관련 법 개정을 재추진하고 본회의 통과를 위해 적극 대응하기로 하는 한편 한전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단계적인 전기요금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이를 위해 전기 요금 정상화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했다.
|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제14차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찬성 89인, 반대 61인 기권 53인으로 부결되고 있다. (사진=뉴스원) |
|
한전이 한전채 발행 확대 여부와 상관없이 전기 요금의 단계 인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철강사들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까지 치솟고 있어 전기 요금 인상에 따라 분기별 수백억원에 이르는 에너지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할 상황이다. 대신증권은 지난 3분기 현대제철이 에너지 비용으로만 600억원을 더 소요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LNG 가격도 올해 1~9월 t당 평균 132만5600원으로 지난해 대비 2배가 넘게 올랐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시작한 유럽의 에너지 대란이 심화하고, 가스 수요가 늘어나며 LNG 가격 상승세는 내년까지 지속하리라는 전망이다.
철강사들의 에너지 비용 상승은 자동차와 조선 등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철강사들은 에너지 비용 상승분을 자동차 강판이나 조선용 후판 등 가격 상승으로 상쇄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고 있어서다.
현대제철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 요금 인상 관련해 ‘형강’ 제품 등에 인상분이 자동으로 반영되지 않지만 시장과 의사소통을 통해 요금 인상분이 가격에 반영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철강사별로 인상 폭은 다르지만 올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완성차와 차 강판 가격 협상에서 가격을 올리는 데 성공했고, 원자잿값 등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까지 조선사 후판 가격 역시 인상을 지속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