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대학교 내 대자보를 게시하려면 사전에 학교 측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판단했다.
|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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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A대학교 총장에게 학생들 표현의 자유와 자치활동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않도록 A대학교 학사행정규정 제14조와 교내 홍보물 게시 및 관리지침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14일 밝혔다.
A대학교 학생회 간부들은 재학생들과 함께 A대학교 운영 정상화를 촉구하는 대자보와 현수막을 게시했다. 그러나 A대학교 측은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이라며 해당 대자보와 현수막을 무단 수거하고 훼손했다. 이에 A대학교 학생회 간부들은 학내 대자보 게시에 대한 사전 승인을 요구하고 이와 같은 학칙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자보를 동의 없이 수거·훼손한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대학교 측은 학사행정규정 제14조에 모든 홍보물은 사전에 학생인력개발처장의 허가와 검인을 끝낸 후 게시하게 돼 있다고 해명했다. 같은 규정 제15조에서 홍보물의 게시 제한은 A대학교 측이 정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홍보게시물은 당사자가 피진정학교 인문학생복지팀을 직접 방문해 승인받은 후 게시해야 하는데, 진정인들은 이를 알면서도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대학교 측 교내 홍보물 게시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홍보게시물을 A2 사이즈 20매 이하로 제한하고 각 건물 게시판에만 붙이도록 하고 있으나 진정인들이 이를 위반했으며, 진정인들에게 자진철거를 요청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아 철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학교 미관 및 홍보게시물의 질서를 위해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인권위는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A대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학교 측의 사전 허가와 검인을 받아야만 홍보물을 게시할 수 있게 한 것은 결국 대학 내 학생회의 건전한 의견표명과 자치활동을 근본적으로 제한한 행위”라며 “헌법 제21조에서 보장하는 학생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