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조혈줄기세포 이동 관여 단백질 규명

골수 환경 바꿔 줄기세포 이동 돕는 폴리콤 단백질, 면역질환 치료제 새 표적 제시
  • 등록 2019-08-06 오후 12:00:00

    수정 2019-08-06 오후 12:00:00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한국연구재단은 전태훈 고려대 교수 연구팀이 조혈줄기·전구세포 및 골수암 세포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는 신약 타깃을 발굴했다고 6일 밝혔다.

폴리콤 단백질이 골수 내 조혈줄기·전구세포 이동에 미치는 영향 모식도. 그림=한국연구재단.
혈액세포의 시초가 되는 조혈줄기·전구세포(HSPCs, hematopoietic stem and progenitor cells)는 골수에서 만들어져 말초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여러 면역세포를 재생시킨다. 때문에 조혈줄기·전구세포의 체내 이동(trafficking)은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의 주요한 표적이었다.

빠른 면역세포 재생을 위해 골수이식 환자의 골수에서 말초로의 조혈줄기·전구세포의 이동을 돕는 단백질(G-CSF) 관련 시장만 7조 원에 이른다. 반대로 골수암 환자는 골수에 있는 암세포의 말초로의 이동을 억제해야 다른 장기로의 전이를 차단할 수 있다.

연구진은 폴리콤 단백질이 골수 내 미세 환경을 변화시켜 조혈줄기·전구세포가 말초로 이동하는 과정을 돕는 것을 밝혀냈다. 실제 폴리콤 단백질이 없는 생쥐의 흉선과 비장에서는 면역세포 감소로 인한 면역결핍이 일어났다. 조혈줄기·전구세포의 말초로의 이동이 억제됐기 때문이다.

조혈줄기세포나 골수암세포 자체의 활성을 조절하는 기존 방식의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골수이식이나 골수암 신약개발의 새로운 표적으로 폴리콤 단백질을 제시한 것이다.

폴리콤(polycomb)은 히스톤 단백질의 변형(메틸화, 유비퀴틴화 등)을 통해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크로마틴 구조를 변화시킴으로써 해당 위치의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단백질이다.

조혈줄기세포가 골수 내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세포 표면단백질(VLA-4)과 골수기질세포 단백질(VCAM-1)의 결합이 필수적인데 폴리콤 단백질이 골수기질세포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둘 간의 결합을 막는 것이다.

실제 폴리콤 단백질이 결핍된 생쥐의 골수 내에서 약물을 통해 폴리콤 단백질이 하듯 두 단백질의 결합을 억제하면 다시 면역세포가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유전적 변화를 동반하지 않고 골수 내 미세환경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내성 완화 등의 측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태훈 교수는 “이 연구는 조혈작용에 핵심적인 조혈줄기·전구세포의 활성을 후성유전적 기법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분자적 토대를 만들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며 “향후 이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제가 골수 이식 환자나 골수암 환자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신약파이프라인개발) 등의 지원으로 도출된 이번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8월 2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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