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종교를 금지한 나라이다 보니 크리스마스를 불편해하는 시선은 적지 않다. 최근 중국 공산당의 청년 엘리트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은 후난성 남화대 공청단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관련 행사에 참석하지 말라는 내용의 행동 수칙에 서명을 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속내는 크리스마스로 대표되는 서구 문화, 특히 미국 문화의 확산을 불편해하는 게 더 크다. 실제로 공청단은 “공산당원은 공산주의 신념에 따르는 모범이 돼야한다”며 “미신이나 아편과 같은 서방 정신을 맹목적으로 따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단체는 전통 중국 문화를 확산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물론 중국과 미국의 위상이나 경제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9차 당 대회 개막식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중국의 꿈”이라며 “그 꿈을 실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위주의 정책을 펴며 글로벌 사회에서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타 중국은 동남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영향력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 영향력에선 아직 한참 뒤쳐진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중국 정부가 최근 영화나 음악, 스포츠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1980년대부터 세계 음악 시장이나 영화시장을 호령해온 미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세련된 미국 문화를 동경하는 젊은이도 많다.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대성공을 거뒀고 축구장 반 크기 만한 세계 최대규모 매장이 상하이에 등장한 것에 대해 중국인들이 커피를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이 드러난 것이란 평가도 만만치 않다.
그저 장벽을 쌓아 올린다고 모든 걸 막을 순 없다. 더군다나 지금처럼 어느 곳이든 이동할 수 있고 조금의 노력만 한다면 어떤 목소리가 있는지 알 수 있는 사회에선 말이다. 국민들도 웃고 있는 이 몽니를 언제까지 부릴지 지켜봐야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