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4~18일 예정된 미국 공식방문 일정을 전격 연기하기로 했다. ‘외교’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따른 국민 불안 해소가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한·미 양국은 가장 빠른 시기에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1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메르스 사태로) 아직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메르스 조기 종식 등 국민 안전을 챙기기 위해 다음 주로 예정된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애초 14~18일까지 미국 워싱턴DC와 휴스턴을 잇달아 방문하는 한편 16일엔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었다. 박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전격 연기한 건 그동안 정치권에선 “메르스 사태는 국가적 재난”이라는 시선이 비등해지면서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연기하거나 일부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의 방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급속 확산한 것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8~9일 전국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방미 찬반을 조사한 결과 ‘순방을 연기해야 한다’ 53.2%로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박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취소할 경우 메르스 사태가 대외적으로 과대 포장돼 신인도 하락 및 부정적 경제 파급효과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박 대통령이 국익 차원이나 우리 외교에 막대한 영향을 감수하고도 ‘방미 일정 연기’란 극약 처방을 내린 건 국민 안전에 직결된 문제를 ‘모르쇠’로 일관한 채 자리를 비울 수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읽힌다.
김 수석은 “사전에 미국 측에 이해를 구했으며, 향후 한·미 간 상호 편리한 가장 빠른 시기로 방미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합의했다”며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이 연기됐다고 하더라도 미국 측과 이번 방문의 주요 안건인 한반도 정세 관련 및 동북아 외교환경 변화, 경제협력, 한·미 간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노력은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늘 아침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이런(국내의 메르스 사태) 상황에 대해 논의했다”며 “윤 장관이 먼저 한국 주요 상황에 대한 이해를 요청했고, 미국이 이에 호응하면서 방미 연기에 합의했다”고 했다.
김 수석은 “박 대통령은 현재 국내에서의 메르스 대응을 위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적극 대처해왔고 직접 매일 상황을 보고받고 점검하고 있다”며 “이번 주가 3차 감염인 메르스 확산의 분수령이 되기 때문에 각 부처와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실정으로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함께 이 어려움을 극복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