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불자 대책, 기존 프로그램과 중복‥실효성 의문

`조건좋은 배드뱅크로 이동 불가피`
원금탕감·신규 신불자 적용 시점 논란
  • 등록 2004-03-10 오후 4:03:42

    수정 2004-03-10 오후 4:03:42

[edaily 김병수기자] 10일 정부가 발표한 `신용불량자 현황 및 대응방향`은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신용불량자가 3%의 원금을 갚고 신불자 명단에서 제외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대상자 약 150만명 중에서 40만명 정도를 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산업은행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다중채무자 공동채권추심프로그램과 사실상 중복되는 측면이 있고, 결국 신불자 입장에선 조건이 더 좋은 배드뱅크로 옮겨 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실효성 측면에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헌재 부총리는 이날 "원천적으로 신불자의 원금 탕감은 법원에서 판결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며 도덕적해이 가능성을 차단했으나, 김석동 금융정책국장은 "신불자가 성실히 빚을 갚아나갈 경우 사후적으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원금탕감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 105만명 구제 목표 어떻게 나왔나 정부의 신불자 구제 대책을 보면 개별금융기관 20만명,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 20만명, 산업은행 중심의 공동추심 프로그램 10만명, 배드뱅크 40만명, 세금체납 구제 15만명 등 총 105만명이다. 먼저, 1개 금융기관에 등록된 신용불량자는 137만명 정도다. 이들에 대해서 개별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20만명 정도를 구제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1개 금융기관에 등록된 신용불량자중 1000만원 미만 채무자는 105만명. 정부는 이중에서 약 20만명 정도를 개별 금융기관이 스스로의 방식에 의해 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개인 워크아웃과 공동추심 프로그램 방식도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방식을 제외하고 새롭게 추가된 대책은 배드뱅크를 통해 구제하는 40만명과 세금체납자 15만명 정도인 셈. 문제는 개인 워크아웃과 공동 추심 프로그램이 사실상 사장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 워크아웃은 어느 정도 실질 소득이 있는 사람들로 구제 대상이 제한돼 있다. 3억원 이하 채무자로 최저생계비 이상 소득이 있어야 한다. 소득증빙이 없으면,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또한 산업은행 중심의 공동추심 프로그램도 비슷한 처지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에도 약 85만명 정도가 대상이나 현재 3만6650명(2월말 현재) 정도만이 채무재조정을 신청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금의 3%만 상환하면 8년간 장기분할 상환을 받을 수 있는 배드뱅크로 옮기지 않을 이유가 없는 셈이다. 재경부 관계자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채무재조정을 신청했더라도 배드뱅크 설립 후 이쪽에서 하겠다면 굳이 막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신용불량자가 자유롭게 옮길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배드뱅크 방식의 채무재조정을 받기 위해선 5000만원 미만 다중채무자가 대상이 된다. 1월말 현재 신용불량자 약 377만명 중에서 배드뱅크에 들어갈 수 있는 대상자는 약 150만명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이 대상자 150만명 중에서 기존 프로그램에 얼마나 신청하고 있는 지는 분명치 않으나 상당수의 중복이 있고, 결국 전체적으로 105만명 구제 목표도 현실성은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개별 금융기관을 통한 구제대상과 배드뱅크를 통한 구제 대상간의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개별 금융기관에서 집중적으로 구제하겠다고 하는 대상은 1000만원 미만 1개 금융기관에 등록된 신용불량자다. 배드뱅크 대상자는 5000만원 미만 다중 채무자가 대상자다. 그러나 배드뱅크를 이용할 경우 원금의 3%만 상환하면 곧바로 신용불량자 딱지를 뗄 수 있으나, 더 양호한 신용불량자인 개별 금융기관에서 처리하는 신용불량자는 딱지가 유예될 뿐 떼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신용불량자 딱지를 떼기 위해선 어찌됐건 연체금을 다 갚아야 한다. 결국 더 많은 금액을 연체한 신불자가 더 먼저 신불자 딱지를 떼게 되는 상황도 충분히 가능한 셈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오늘 정부의 대책에서 확실한 부분은 핸드폰 등 무선 통신요금 체납으로 인해 신용불량자로 등재된 약 15만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 원금탕감 있나 없나 이헌재 부총리는 취임 초기부터 신용불량자 문제의 해법과 관련, 도덕적 해이를 유발시키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오늘 브리핑에서도 "배드뱅크를 통한 구제에서 신규 신용불량자를 제외하고, 이를 계기로 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완화 등의 조치도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구제 대상 신불자의 원금탕감에 대해선 다소 이견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신불자의 원금탕감은 법원의 절차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오늘 발표된 대책들에서는 원금탕감이 있을 수 없고, 개인회생법 등 법원의 절차에 따라 원금탕감이 결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석동 금정국장은 "이는 사전적으로 (원금탕감이) 없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즉 회생 프로그램에 들어가면서 원금탕감을 전제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신, 채무자가 2~3년간 꾸준히 그리고 성실히 채무상환 프로그램을 이행하면, 그 때가서 개별 금융기관들의 판단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의 원금탕감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기관 입장에선, 어차피 배드뱅크로 이들 부실채권을 넘겼고, 대손충당금도 충분히 쌓은 만큼 상각처리한 것과 마찬가지 개념으로 원금을 탕감해 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국장의 설명대로 이는 사후적으로 금융기관들이 스스로 판단할 문제고, 정부의 모럴해저드를 방지한다는 차원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기존 개인 워크아웃이나 공동 추심 프로그램의 대상자들을 배드뱅크로 유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이미 당국자의 입을 통해 이자부분이 아닌 원금에 대해서도 인센티브 제공 방식이 언급된 만큼 어떤 형식으로든 실질적인 원금탕감도 있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이 부총리는 "신규 신용불량자의 경우 이번 대책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실무적으로 언제부터 발생하는 신불자를 신규로 볼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아 자칫 부작용이 더해질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대책을 발표한 오늘 이후로 발생하는 신불자에 대해선 배드뱅크 혜택을 주지 않아야 모럴해저드를 막을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기준이 없다. 앞으로 배드뱅크가 설립되기 위해선 1~2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고, 배드뱅크 설립시점을 적용시점으로 본다면, 이 기간중에 오히려 한계 채무자들이 급속하게 신불자로 편입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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