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가족' 피해자 '지인'…車 보험사기의 진화

  • 등록 2015-09-01 오후 12:00:00

    수정 2015-09-01 오후 12:00:00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부모님, 부인, 10살 난 아이까지 태우고 운전을 하던 김씨는 갑자기 앞차를 들이받았다. 사고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김씨에게 있었지만 교통사고 가해자에게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자동차상해 특약에 가입한 덕분에 김씨는 보험사로부터 1인당 치료비 80만원 외에도 휴업에 따른 보상금 150만원, 위자료 30만원 등 총 500만원을 받았다. 차 사고를 당한 피해차량은 김씨가 가입한 자동차 대인배상 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받았다. 얼핏 보면 평범한 사고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고를 낸 김씨와 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이들은 미리 역할을 나눈 뒤 고의로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간 것이다. 김씨 일당은 3년간 이런 식으로 보험금 1억 1000만원을 챙겼다.

자동차 사고 가해자에게도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자동차상해 특약 제도를 악용해 단기간에 고의로 사고를 내고 상습적으로 보험금을 타낸 일당이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이들은 보험금을 더 타내려고 지인은 물론 어린아이까지 보험사기에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자동차상해 특약을 악용한 보험사기 기획조사 결과 보험사기 혐의자 64명을 적발했다고 1일 밝혔다. 최근 3년간 보험사가 자동차상해 보험금을 지급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에 적발된 64명은 3년간 고의로 총 859건의 자동차 사고를 내 21억 2000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자동차상해 특약은 의무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은 아니지만 자기신체손해담보(일명 자손보험) 대신 가입할 수 있다. 치료비만 지급하는 자손보험과 달리 자동차상해 특약은 운전자 과실과 관계없이 치료비·휴업손배·위자료까지 모두 보상하는 것은 물론 부모, 배우자, 자녀 등 피보험자까지 보험금을 지급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보험사기 혐의자 64명 중 17명이 가해자와 피해자로 역할을 나눠 보험사기에 나선 경우였다. 17명 중 11명이 가족과 사고를 공모했고 나머지 6명은 친구 등 지인을 보험사기에 끌어들였다. 아예 일가족이 보험가입 차량에 탑승해 조직적으로 고의사고를 낸 가족형 보험사기 혐의자는 28명(8그룹)에 달했다. 가족형 보험사기 혐의자는 사고당 540만원의 부당 보험금을 챙겼다. 보험을 더 많이 타내려고 여러 보장성 보험에 가입한 후 고의로 사고를 낸 사람(45명)도 적지 않았다. 이중 절반은 보험을 추가로 3개 이상 가입한 다수 보험계약자였다.

김동하 금감원 보험조사국 팀장은 “자동차상해 특약에 가입하면 보험사에 보험금만 청구해도 쉽게 보험금을 타낼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며 “앞으로 자동차상해 특약의 보험금 지급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보험사기 혐의자 64명은 수사기관에 수사 의뢰하고 앞으로도 기획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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