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단독 인터뷰] 라즈 체티 하버드대 교수 "국민에 기회평등 보장하는 정부역할 포기 안돼&...

"정부, 기회평등 역할 가능..초등교육-사회안전망이 해법"
"오바마 부자증세 가치있어..효과없는 감세 폐지해야"
최연소 `예비 노벨경제학상` 체티 하버드대 교수
  • 등록 2013-05-02 오후 5:25:51

    수정 2013-05-02 오후 5:25:51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예비 노벨경제학상’으로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락 메달’을 가장 젊은 나이에 수상한 라즈 체티(33·사진) 하버드대 교수가 “국민들에게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데 정부가 역할을 포기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티 교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학교 강의와 왕성한 연구로 “엄청난 양의 일에 짓눌려 산다”고 털어놨다. 특히 지난달 13일 발표된 ‘2013년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으로 밀려드는 인터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면 인터뷰에 응하지 못한 이유를 해명했다.

라즈 체티 하버드대 교수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은 미국 경제학회가 경제학 발전에 기여한 40세 미만 미국 경제학자에게 2년에 한 번씩 주는 상이다. 경제학 분야에서 노벨경제학상과 함께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꼽힌다.

체티 교수는 2003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를 거쳐 2009년부터 하버드대에서 가르치고 있다.

체티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에 버금가는 권위를 가진 상을 받은 것에 놀랐다며 “지금은 응용경제학을 연구하는데 가장 좋은 시대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며 오히려 스스로 시대를 잘 타고 났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는 지난 2011년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자질이 뛰어난) 유치원 교사들이 장기적으로 아이들의 미래 대학 진학률을 높이고 취업후 소득까지 높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연두교서에서 이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유치원 무상 교육을 약속해 일약 스타 학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체티 교수는 수상이나 주변의 찬사보다는 자신의 연구가 실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렇게 좋은 시대에 연구할 수 있어서 기쁘고 나의 연구 결과들이 실제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데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응용 경제학에 대해 그는 “자연과학과 달리 사회과학에서는 실험실에서 통제된 실험을 할 수 없는 만큼 어떤 세금제도가 좋은지, 어떤 정책으로 실업률을 낮출 수 있을지 하는 물음에 경제학자들도 검증된 답을 내놓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위 빅 데이터(big data)를 활용해 공공정책 결정과정에서 유의미한 해답을 줄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우리 연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어떤 분야를 연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정부 정책에 적용돼 세상을 조금씩 바꿔갈 수 있는 분야야말로 지속적인 연구주제가 될 것”이라며 “이런 연구 결과가 나중에 미국은 물론이고 다른 국가 정책에도 큰 시사점을 주고 영향력을 발휘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이어 “미국에서 기회의 평등이라는 주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특히 저소득층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보장받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천착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지금은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소득 배분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를 분석하고 있으며 하반기쯤에는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에서도 기회의 평등이라는 원칙이 흔들리며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오래된 속담을 더이상 믿지 못하게 됐다고 하자 체티 교수는 “한국에서도 그런가”라고 되물으며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중요한 점은 각국 정부가 이에 맞서 모든 국민들에게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이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해 달라고 하자 “각국 상황에 맞춰 어떤 구체적 정책들이 가장 중요한지 알아내기 위해 앞으로도 보다 광범위하고 심도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답한 그는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만 놓고 본다면 초등교육의 질을 높이고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정부가 이 분야에 대한 지출을 계속 늘려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간에 충돌을 빚고 있는 세제 개혁 문제에 대해 그는 오바마 대통령 정책을 지지했다.

체티 교수는 재정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야기하면서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고수하고 있는 부자 증세에 대해 “정치적으로 잘 풀어나가기만 한다면 부유층과 고소득자에 대한 각종 세금 감면과 공제 폐지, 최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골자로 하는 오바마안(案)은 충분히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부족한 정부 세수를 확충하고 소득을 재분배하는 효과를 거둬 중산층이나 저소득층까지 모두가 중요한 가치를 가진 존재라는 점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내 연구 결과 가운데 하나를 보면 대규모 은퇴 예금자들에 대해 1달러씩 세금 공제를 늘려주더라도 실제 저축액은 1센트씩 증가하는데 그친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무작정 세금을 공제해준다고 저축률 향상 등을 목표로 한 정책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무작정 복지 지출만 늘릴 순 없는 만큼 이처럼 정책 효과가 없는 감면과 공제를 차례로 줄여 세수를 확충해 다른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인도에서 태어나 9세때 미국으로 이민 온 체티 교수에게 ‘같은 아시아계로 이번 수상과 인터뷰가 더 반가웠다’고 인사하자 “나 역시 아시아계 기자의 인터뷰 요청이 더 반가웠다”고 화답한 그는 “인도는 물론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출신들이 미국 주류 사회에서 더욱 영향력을 확대하기를 기대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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