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위기에 원화 맷집 세졌다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변동률 점점 축소
"학습효과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 덕"
  • 등록 2012-06-18 오후 5:46:42

    수정 2012-06-18 오후 5:46:42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최근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원화도 출렁였지만, 과거에 비해 변동성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가 반복될수록 맷집도 세져 앞으로 원화 가치가 롤러코스터를 탈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평가다.

1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유럽 위기를 세 차례 더 겪는 과정에서 원화 절하폭은 갈수록 줄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6개월간 원화 절하율은 37.6% 달했지만 2010년 그리스 1차 구제금융 때에는 13.7%로 낮아졌다.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악재가 발생했을 때에는 13.1%로 더 차분한 모습을 보이더니 그리스 연정구성에 실패한 지난 5월 4일부터 6월 13일까지 원화 가치는 6.2% 떨어지는데 그쳤다.

달러-원 1개월 만기 선물가격으로 파악하는 내재변동성도 4월말 7.1%에서 5월 들어 10.4%로 확대되기는 했지만 신흥국은 물론이고 유로화나 호주달러보다 낮다. 남아공 랜드화 내재변동성은 20%에 달했고 브라질과 러시아도 17~18%로 높았다. 호주달러는 13.6%, 유로화는 13% 수준이었다.

이처럼 환율 변동성이 낮아진 이유로 학습효과를 들 수 있다. 크고 작은 금융불안을 겪으면서 일정 기간 불안한 과정을 거치면 반드시 회복단계가 온다는 점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

또 금융시장의 불안에 일본이나 스위스, 브라질 등 각국이 환율방어에 나서는 등 적극 대응한데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5조 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해 불안을 미리 차단한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앞으로도 원화 변동폭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 일단 유럽 위기 향방을 가를 그리스 총선이 예상대로 구제금융 및 긴축재정을 약속했던 신민당 승리로 끝나면서 불안감도 한풀 꺾였다. 이날 환율은 15일보다 8.5원 내린(원화가치 상승) 1157.1원으로 마감해 6월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한국의 재정여건이 양호하고 외환건전성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원화가치 변동률을 줄이는 요소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세계 경제가 불안정한데도 작년과 올해 각각 피치와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만약 이탈리아까지 위기가 확대될 경우, 환율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금센터는 "높은 경쟁력을 보유한 한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확산되면서 원화 선호가 재개될 수 있다"며 "유로존 위기가 점차 완화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기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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