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김포=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 노선 협상을 주도한 국토교통부가 인천시, 김포시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해를 넘겼다. 협상이 지체될수록 사업 추진 가능성이 떨어져 지역주민은 반발하고 있다. 주민과 야당은 협상 마무리 약속을 지키지 않고 사퇴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 서울5호선 연장 노선안. 파란색 선이 김포시안이고 이 중에서 풍무~불로 구간을 빨간색 선으로 연결한 것이 인천시안이다. (자료 = 검신총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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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지난해 말까지 서울 5호선 연장 노선 협상을 완료하고 노선안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내로 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정하지 못한 채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해 12월 22일 장관직을 사퇴했다.
대광위는 지난해 9월 인천시, 김포시 등과의 노선 협상을 12월까지로 연장하면서 전문기관 용역으로 최적 노선안을 마련해 지자체를 설득하려고 했으나 아직까지 최적안을 내놓지 못했다. 대광위 관계자는 “용역은 현재 진행 중이다”며 “애초 이달까지 완료하려고 했으나 5월까지로 연장됐다. 하지만 철도 전문가, 인천시, 김포시 등과 노선안을 협의 중이고 이달 안에 의견을 모아 발표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노선안이 관련 지자체들을 100%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협의를 완료한 것이어서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며 “노선안을 발표하면 주민 공청회 등을 거쳐 보완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광위 협의는 인천시, 김포시와 한 자리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자체를 따로 만나 진행한다. 이 때문에 인천시, 김포시는 대광위 노선안이 어떻게 정리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향후 노선안이 발표됐을 때 불만이 있는 지자체가 반발할 수도 있다. 인천시와 김포시는 현재 검단 경유 노선의 위치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인천 서구 검단주민과 김포시민들은 약속을 어긴 국토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김포·검단 주민들로 구성된 김포검단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임기 내 5호선 연장(협상) 결론을 장담했던 원희룡 장관이 퇴임과 함께 시민을 희롱한 사건으로 마무리됐다”며 “김포시민은 지옥철인 김포골드라인에서 오늘도 쓰러지고 있다. 80만 김포·검단 시민은 분노의 새해 아침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또 “국토부는 중재안 발표 날짜를 지정하라”며 “한시라도 빠른 개통이 가능한 중재안이라면 어떠한 결과라도 좋다”고 표명했다.
검단신도시총연합회(검신총연)는 대광위가 중재안을 마련할 수 없으면 인천시와 김포시가 직접 협상하게 두라고 요구했다. 검신총연은 “대광위가 협상을 주도하다 보니 결과가 나오지 않고 추진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럴거면 인천시와 김포시가 직접 협상하게 하고 대광위가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에서도 공세를 가했다. 김주영(김포갑)·박상혁(김포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더 이상의 희망고문은 안된다”며 “정부는 정치적 노림수로 바둑알을 튕기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