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대전 유성구의 초등학교 A교사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서이초 교사의 사망사건 이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서울, 전북, 용인 등 각지에서 교사들의 비보가 잇따르고 있다.
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A교사는 2019년 대전 내 초등학교 1학년 B학생의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로 고소당했다. 고소장에는 A교사가 ‘껌을 씹었다’며 다른 아동 앞에서 B학생을 공개적으로 혼냈고,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던 중 친구의 배를 때린 B학생을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큰소리로 혼을 낸 일 등 7회에 걸쳐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윤경 대전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재 학교에는 학급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을 제지할 방법과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근거없는 악성민원을 막을 시스템이 없다”며 “고인의 죽음은 모순된 교직 사회가 만들어 낸 사회적 죽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족을 대신해서 고인의 순직인정을 촉구한다”며 “악성민원을 넣고 고인을 모욕하는 언사를 지속하는 행위를 두고 보지 말아달라. 교사로서 최선을 다했던 고인의 명예를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초등교사노조 법률 자문을 담당하는 박상수 변호사는 “A교사의 사건은 초등교사노조가 아동복지법 제17조 5호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자료 8건 중 5번째 사건이었다”며 “검찰에서 불기소로 사건이 종결됐음에도 B학생의 학부모는 A교사에 대한 민원을 4년 동안이나 지속했다”고 밝혔다.
숨진 A교사의 남편은 해당 사안을 단순 ‘개인사’로 치부하지 말아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맑고 명랑했던 교사였던 제 아내는 바른 것은 칭찬하고 그릇된 것은 꾸짖을 줄 아는 선생님이었다”며 “어느 순간 웃음을 잃은 아내는 바른 것과 그릇된 것을 말하지 못하도록 봉인된 채 학부모의 민원과 교육당국, 관리자들의 방관 속에서 서서히 시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혹자는 이번 사건을 한 사람의 나약함으로, 개인사로 덮고자할 수 있다”며 “각자의 변명이 아닌 아내가 꿈꿔 온 희망의 교단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해법을 원한다. 운이 좋아 아직 살아계신 선생님들께 더 이상 운이 아닌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