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허위거래' 업비트 운영진, 2심도 무죄…法 "검사 증명 부족"

전산 조작해 회원들로부터 1491억원 빼돌린 혐의
法 "검사 제출 증거만으론 공소사실 증명 안 돼"
제출 증거 대부분 '위법 수집 증거' 판단…"영장주의 위반"
  • 등록 2022-12-07 오후 3:41:14

    수정 2022-12-07 오후 3:44:34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전산 조작으로 암호화폐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꾸며 회원들로부터 약 1500억원 상당의 부당한 이득을 얻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진들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송치형 두나무 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자전거래 및 시세조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고법 형사1-3부(심담 이승련 엄상필 부장판사)는 7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사전자기록 등 위작 혐의로 기소된 업비트 운영업체 두나무 송치형 의장과 임원 남모씨, 김모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론 이 사건 공소사실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송 의장 등은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업비트를 운영하며 임의로 아이디(ID) ‘8’ 계정을 만든 뒤 1221억원 상당의 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하고 총 35종의 가상화폐 거래에 참여해 거래·주문량을 부풀려 회원들의 거래를 유도하는 방법 등 거짓 거래로 부당한 이득을 얻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직접 거래에 참여하면서 비트코인 시세가 경쟁업체 거래소의 비트코인 가격보다 높을 때까지 매수를 반복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세를 상승시켰으며, 업비트 회원 2만6000명에게 1만1550개의 비트코인을 팔아 1491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고도 봤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 측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이 제출한 대부분의 증거는 ‘위법 수집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인정된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장소와 전자정보 외 원격지 정보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선 영장의 압수할 물건에 ‘원격지 서버 저장정보’를 특정해야 한다”며 “이 사건 압수수색 영장에서 압수할 자료에서 수록된 매체 기재부분을 보면, 자료가 기재된 컴퓨터 등 전산망 장비 등으로 돼 있을 뿐이고 따로 원격지는 특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전자서버의 보관 장소와 서버가 설치된 사무실 부분을 모두 ‘미림타워 내에 위치한 두나무 주식회사 건물’로 한정하고 있다”며 검찰이 원격지 서버에서 수집한 8번 계정 거래내역은 위법수집증거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검찰이 ‘혐의사실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임의로 전자정보를 출력해 수집한 증거들이 영장주의에 반하는 압수수색으로서 적법하지 않은 증거물로 판단했다. 검찰이 공소사실을 증명하고자 법원에 제출한 거래내역 파일, 이동식 저장장치(USB), 노트북 컴퓨터 등에서 압수된 문서 등 주요 증거물들이 대부분 인정되지 않은 셈이다.

앞서 1심도 2020년 1월 송 의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검사의 증명 부족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 측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업비트가 ID ‘8’ 계정에 자산을 허위로 예치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송 의장 등이 거래에 따른 시세 차익을 얻으려 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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