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서구 가양강변3단지 아파트를 매수하려던 A씨는 예상보다 적게 나오는 대출액 때문에 결국 매매를 포기했다. 전용 39㎡의 호가가 8억 4000만원에 달했지만, 은행 대출의 기준이 되는 ‘KB시세’는 그보다 한참 낮은 6억 6000만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KB시세를 기준으로 A씨가 받을 수 있는 은행대출액은 2억 6000만원(LTV 40%)에 불과해, 약 6억원의 현금이 필요했다. A씨는 “호가보다 KB시세가 너무 낮기 때문에 대출액도 조금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막는 것도 문제이지만, 실제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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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가 기준이면 3억 대출…KB기준이면 2.6억 대출
24일 중개업계에 따르면 매매가와 KB시세의 차이가 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한솔주공4단지의 전용 35㎡의 호가는 7억 5000만원에 달하지만 KB시세는 6억 7000만원에 그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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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시세는 최근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매겨진다. 대출을 할 때 부동산원 시세와 KB시세 중 높은 금액을 기준으로 대출액이 결정되는데 대부분 KB시세가 부동산원 시세보다 높은 탓에 ‘KB시세=대출액의 기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시스템 상 KB시세는 실제 매매가보다 낮은 게 보통이다. KB시세는 ‘1층 매매가격’과 ‘중·고층 매매가격’의 평균치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즉 시세가 비교적 저렴한 저층 매매가가 KB시세에 반영된다는 소리다. 즉 1층 거래가(저가 시세)가 6억원이고 다른 층의 거래가(고가 시세)가 7억원이라면, 해당 아파트의 KB시세는 6억 5000만원에 매겨지는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아파트 매물이 귀해지면서, 호가가 직전 신고가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 매매가와 KB시세의 차이가 더 커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아무래도 매물이 귀해지고 있는데 매수세는 꺾이지 않으면서, 새로 나오는 매물의 호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이전에 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는, 혹은 그보다 더 낮은 KB시세와 매물 호가의 차이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호가-KB시세 갭차이’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단 사실이다. 대출을 받는 매수자들은 ‘실거주’를 목적으로 집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찾는 ‘입주 가능’ 매물은 타 매물에 비해 호가가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집을 매수하려던 민모(31)씨는 “실거주하려는 집의 호가와 KB시세가 1억원 이상 차이 나는 경우가 흔하다”며 “KB시세를 기준으로 대출가능액을 계산하다 보니 몇천만원 모자라서 집 매수를 포기해야하는 경우가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일부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막고 있어 불안한데, 가능하다해도 대출액이 적어 ‘내집 장만’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들쑥날쑥한 시세 대신 비교적 안정적인 KB시세를 기준으로 대출액을 정해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안정성을 키우겠다는 목적으로 대출 시스템이 운영된다”면서도 “집값 상승기에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는 실수요자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매매가를 일정비율 반영하는 등의 보완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