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차 사고 해외서 돈 쓰고…가계 여윳돈 더 줄었다

한국은행, 올해 1분기 중 자금순환 잠정치 발표
  • 등록 2017-06-28 오후 12:00:00

    수정 2017-06-28 오후 6:45:29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올해도 가계의 살림살이는 여전히 팍팍했다. 제자리걸음을 했던 소득과 달리 집과 차를 사고 해외여행으로 쓴 돈이 늘면서 가계 여윳돈이 한 분기 만에 감소했다.

가계 여윳돈, 지난해 3분기 이후 최저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17년 1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올해 1분기(1~3월) 가계와 비영리단체가 운용하는 자금에서 조달한 자금을 뺀 자금 잉여 규모, 즉 여윳돈은 14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4분기 19조2000억원보다 적을 뿐 아니라 지난해 3분기 6조2000억원 이후 두 분기 만에 최저치다.

1분기 가계와 비영리단체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자금은 21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은행 보험사 등에 맡기는 등 자금 운용 규모는 35조원으로 지난해 4분기(67조6000억원)는 물론 지난해 1분기(49조9000억원)보다도 축소됐다.

한은은 새로 아파트를 분양 받는 등 가계의 소비가 늘었다는 데 주목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말 은행권의 집단대출 잔액은 131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130조원 대비 늘었다. 그만큼 신규 주택 구입 증가세가 여전했다는 의미다.

해외소비도 늘어나는 추세다. 1분기 중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쓴 금액은 7조8000억원으로 사상 두 번째로 많았다. 여기에 오래된 경유차를 폐차하고 새 자동차를 사면 개별소비세를 인하해주는 정책 또한 소비를 늘렸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박동준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집단대출 규모가 꾸준하게 유지되는 등 신규 주택에 대한 수요가 꾸준했다”며 “자동차를 사려는 수요와 함께 해외 소비도 늘어 가계 소비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1분기 말 기준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344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5조3000억원 늘었다. 금융부채는 같은 기간 20조9000억원 증가한 1586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17배로 지난해 1분기 이후 네 분기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국세 수입 는 정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이와 달리 공기업과 은행 등 금융기관을 제외한 일반 기업은 잉여자금이 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금융법인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4조3000억원, 운용한 자금은 7조원으로 순자금운용 규모가 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은 자금을 빌려다가 공장을 짓고 설비에 투자해 순자금운용 규모가 마이너스(-)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비금융법인기업의 자금잉여 규모가 세 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공기업의 사업 매각, 실적 호조 등이 있었다. 공기업의 자금잉여 규모는 지난해 4분기 -3조4000억원에서 이번 1분기 2조5000억원으로 플러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다만 민간 기업의 경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설비투자 등을 크게 늘리면서 순자금운용 규모가 지난해 4분기 4조8000억원에서 1분기 2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정부 또한 순자금운용 규모가 6조6000억원으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이는 1분기 기준으로 봤을 때 2009년 통계 편제가 바뀐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보통 1분기에는 재정 조기집행 등으로 자금잉여 규모가 축소되곤 하지만 국세 수입이 1분기 69조9000억원으로 크게 늘면서 자금 잉여액이 지난해 1분기(1조5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확대됐다.

비금융법인기업과 정부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각각 1.01배, 1.61배로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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